ISSN : 1229-4632
일제 말 임순득이 마지막으로 발표한 소설 「달밤의 대화(月夜の語り」에는 서정주의 시 「엽서–동리에게」에 나오는 “포올 베를레에느의 달밤이라도/ 복동이와 같이 나는 새끼를 꼬마”라고 하는 한 구절이 인용되어 있다. 이를 단서로 하여 이연구에서는 같은 전북 고창 출신 소설가인 임순득과 시인인 서정주의 인간적, 문학적 관계를 밝혔다. 서정주는 1936년 초 최첨단 모던 여성이었던 임순득에게사랑을 호소했으나 임순득에게 거절당하고 수더분한 고향 여인과 결혼한다. 임순득에게 서정주는 어설픈 모더니스트처럼 보였고 또 임순득이 지고 있는 시대적 고민을 나눌 만한 상대도 아니었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임순득은 서정주에게 보들레르처럼 섧고 괴로운 여자였고 임순득에게 서정주는 베를렌느의 달밤에도 생활을 위해 새끼를 꼬아야 하는 가난한 시인이었다. 이 과정은 서정주의 초기 시 세계가 서양적인 보들레르를 떠나 동양적인 전통 세계를 발견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서정주는 일자리를 찾아 만주국에 갔다온 뒤 1942년 친일문학에의길로 들어선다. 임순득은 거기서 생활인으로서의 서정주를 보았고 소설 「달밤의대화」에서 서정주의 시를 인용하는 것으로 그 ‘생활의 표정’에 연민을 표했다. 이두 사람의 인연은 개인사로서도 흥미롭지만 그 상호텍스트성으로 해서 두 사람의 작품 해석을 풍부하게 해주며, 보들레르에서 잠시 만났던 두 사람이 한 사람은 ‘동양’으로의 귀환을 거쳐 친일 시인으로, 또 한 사람은 식민지 여성 지식인으로서 사명감을 견지하면서 시국색을 띄지 않는 서정적 작품을 쓰는 소설가로 서로 멀어지는 일제 말기 문학사의 흥미로운 한 장면을 빚어냈다.
The last novel released by Im Soon-deuk at the end of the Japanese colonial rule, “Moonlight Talk” quotes a verse from Seo Jeong-ju. With this as a clue, this study revealed the human and literary relationship between Im Soon-deuk, a novelist and Seo Jeong-ju, a poet. In early 1936, Seo Jeong-ju appealed for love Im Soon-deuk, a cutting- edge modern woman, but was rejected by Im and Seo married to a shabby country woman. This process parallels Seo’s departure from the Western world of Baudelaire in his early poetry to discover the Eastern world of tradition. To Im Soon-deuk, Seo Jungju looked like a clumsy modernist and was not a match to share the agony of the times. Later, Seo Jeong-ju went to Manchuria to make money and entered pro-Japanese literature around 1942. Im Soon-deuk saw Seo Jeong-ju’s life hardship and expressed her compassion for the “weight of poverty” by quoting Seo Jeong-ju’s poem in her novel “Moonlight Talk”. This relationship between the two created an interesting scene in the history of literature at the end of the Japanese colonial era in that it was an interesting relationship between pro-Japanese writer and writer who resisted with indirect 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