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이 글은 전혜린의 일기를 중심으로 모성에 대한 그의 사유를 규명하고자 했다. 미발표 일기와 『가정생활』에 연재된 ‘육아일기’를 함께 살펴봄으로써, 전혜린의사유를 보다 세밀하게 조명하고, 일기 형식이 공적 차원의 글쓰기로서 얻게 되는의미를 해명하고자 했다. 전혜린의 일기에는 임신과 출산을 둘러싼 감정이 복잡하게 서술되어 있다. 불안, 공포, 혐오를 느끼면서 어머니 되기를 거부하는 모습과 함께, 행복과 경이로움, 모성애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이 공존한다. 전혜린의 이러한 사유는 경험 속에서 솟아난 순간적이고 우발적인 감정들, 결론을 내리지 않은 균일하지 않은 단상들을 통해 드러난다. 이러한 서술은 개인적 체험을 바탕에 둔 일기라는 형식을통해 표현된다. 내밀한 이야기를 제약 없이 할 수 있는 일기라는 형식을 통해 모성에 대한 전혜린의 사유는 통일되지 않은 형태로,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나아가 구체적인 경험의 서술을 통해 다른 여성들과의 감정과 경험의 공통지대를 찾고, 당대 지배적인 모성 이데올로기에 균열을 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도는 모성을 개념적으로 재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모성 자체를 규범화하지 않고 개별적 차원에서 사고하도록 유도한다. 일기라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형식을 통해 모성의 의미를 불확정적이고 유동적인 상태로 남겨둔다. 이와같은 사유는 1960년대 모성 담론을 비판하고 전복한다. 전혜린의 ‘육아일기’는모성에 대한 그의 성찰을 드러내는 동시에, 일기라는 문학적 형식의 의미를 파고들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문학 세계를 살펴볼 때 중요한 텍스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