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최정희, 모윤숙, 장덕조, 손소회, 전숙회, 조경희 등 다수의 여성작가들은 50-60년대 반공주의남성 문단권력자들과 성별 분업적으로 반민중적 독재 정권의 '도우미 역할을 했거니와 한국전과베트남전이라는 두 번의 전쟁을 거치면서는 국가주의와 군사주의를 감성적으로 전파하는 이데올로그로 활동했다. 이들은 거의 일제시대에 등단하여 50-60년대에는 여성문단의 원로 대접을 받은 사람들로서 한국전쟁을 전후하여 등단한 차세대와는 양적· 질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한무숙, 한말숙, 정연회, 강신재, 송원회, 박경리 등의 후배 세대는 전후() 남성중심체제의 공고화와 그로 인한 중산층 여성의 성역할 고정화의 영향으로 소위 가정주부 겸임 작가 로서일찌감치 정치적 권력욕은 접어 버린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최정희 세대는 이미 일제(B)에 의해 동원되어 특혜를 받은 경험을 가지고 있어 국가의 '호명' 에 보다 쉽사리, 보다 적극적으로 정신()하는 면모를 보였다. 한국전과 베트남전 당시 국가의 호명에 응하는 그들의자발성은 구체적인 생활의 필요와 아울러 평등에의 환각 체험에 의해 추동된 것이었으나, 그들의실제 활동상은 여전히 가부장제 성벌 분업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편 여성문단의 세대교체가 상당한 정도로 이루어진 1960년대 후반, 베트남전 파병 논의를전후해서는 최정희회, 모윤숙의 목소리가 곧바로 한국 여성문단의 목소리였던 것은 아니었다. 자체 방위도 힘겨운 한국이라는 조그만 분단국가가 수만의 전투병을 파병해야 하는 현실을 직시하며박경리는 "우리 젊은이들의 피는 거룩하기보다 눈물겹다"고 표현했다.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에 포박된 수사인 거룩하다 에서 근원적 차원의 인간애를 제시하는 '눈물겹다 의 거리야말로 최정희세대와 박경리 세대의 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