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이 글의 관심은 근대 일본의 신문․잡지 미디어가 생산하고 유포한 신여성논의를 면밀히 살펴보는 데에 있다. 구체적으로는 누가 어떠한 의도로 신여성을 유형화하고 본질화하고자 했는지, 나아가 신여성 논의가 균질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원인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것은 또 동시기 식민지 조선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 어떠한 함의를 갖으며 일본 젠더의 특수한 상황은 무엇이었는지를 파악하는 데에 주력하였다. 근대 일본에서 전개된 신여성 논쟁은 근대 국민국가라는 큰 틀 안에서 기획되고 거기에 맞게 구획된 측면이 농후하게 보인다. 이때 ‘현모양처’와 ‘모성’은그 좋은 사상적 자원으로 활용되었음은 물론이다. 우선 「태양(太陽)」, 「신쵸(新潮)」 등 당대 메이저급 미디어가 기획하고 유포한 신여성을 둘러싼 논의는표면적으로는 찬반양론으로 극명하게 나뉘어 전개된 것처럼 보이나 실은 찬성론자나 반대론자나 기존의 남성중심 사회규범 및 젠더질서를 견고하게 유지ㆍ강화하는 측면을 내포하고 있는 점에서는 양자가 공통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여기에는 담론의 생산자가 남성 주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측면은 여성 스스로가 자신의 주체적인 목소리를 발현하는 장(場)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났다. 즉 여성의 주체성을 획득하고자 신여성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개진하였던 논의, 이를테면 정조 문제, 낙태와 피임문제, 매춘 문제 등은 일본의 여성해방사상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고 할 수있으나, 신여성들이 산출한 논리 또한 위에서 언급한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던 정황도 함께 포착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일본 젠더가 갖는 특수한 상황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이러한 측면은 동시대의 식민지 조선의 경우와 대비하여 살펴볼 때 더욱 문제적이다. 예컨대 식민지조선의 신여성들의 경우 당시 유행하던 ‘민족 개조론’의 범주를 그대로 추인하여 식민지 현실을 타개하고 민족의 자립을 위한 방편으로서 여성을 가정 내‘현모양처’의 역할로 제한할 것을 노골적인 형태로 주장하였다면, 일본의 경우는 ‘국가’와 무관한 듯한 태도를 취하면서 그 이면에서 ‘현모양처주의’의 강화를 통해 ‘민족의 어머니’, ‘국가적 모성’과 같은 허구의 관념을 산출하여 남성․제국주의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견고하게 뒷받침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젠더 위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여성담론이 내포한 보다 복합적 측면을노정한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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