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독립운동을 하던 남편 현정건(玄鼎健)이 죽은 지 40일 만에 뒤따라 음독자살한 윤덕경(尹德卿)의 삶과 그녀가 남긴 유서, 이 사건에 대한 당대인의 보도 및 논평 등을 분석하여 일제시대 상황에서 ‘열녀’와 ‘순종(殉終)’의의미 맥락을 살핀 것이다. 상층 양반집안의 딸로 태어나 현정건과 가문 결혼을 한 윤덕경은 실제로 남편과 결혼생활을 하지 못했다. 남편은 곧바로 집을 나가 독립운동에 투신했고그 기간 동안에는 기생 출신의 현계옥이란 기생과 애인이자 동지인 관계에 있었다. 초기에 윤덕경은 남편을 찾아 상해에 갔으나 남편은 윤덕경을 돌려 보내었고 돌아와서는 신식 교육을 받아 교사로 생활하기도 했다. 현정건이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옥고를 치르고 나온 후 윤덕경은 비로소 남편 곁에서 병수발을할 수 있었다. 그러나 6개월 뒤 현정건이 죽고 윤덕경은 뒤따라 ‘순종’했다. 그동안 현계옥과 현정건의 연애담을 전했던 유수한 신문 잡지는 이번에는 윤덕경의 죽음을 크게 보도했다. 윤덕경이 살아 있는 동안 공적 담론 공간에서 현정건의 아내는 현계옥이었고 윤덕경이 죽음을 선택한 뒤에야 당시의 신문 잡지는 윤덕경이 현정건의 아내였음을 대서특필했다. 또한 당시 윤덕경의 죽음에 관심을 가졌던 민족주의자들은 윤덕경의 죽음은 이기주의에 지나지 않으며 그 열정으로 살아서 남편의 사업을 잇는 민족의 아내, 민족의 어머니가 되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역으로 윤덕경이 열녀도, 민족의 어머니도 아닌 존재로, 그런 공동체의 가치에 속하지 않는 자기 결정권을 행사한 것임을 의미한다. 이렇게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윤덕경은 공적 담론 공간에서 처음으로 현정건의 아내임을 인정받게 되었다는 점에서 윤덕경의 죽음은 ‘도리(道理)’에 내어 몰린 이전 시대의순종’과는 달리 자기의 감정에 충실한 ‘낭만적 사랑’의 한 형태인 ‘정사(情死)’로 볼 수 있다. 이로써 윤덕경의 ‘순종’과 그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열녀전은 이제 더 이상 열녀 담론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않게 되었다.
「결연(結緣) 20년에 동거는 반세(半歲), 부군을 뒤따라 필경 음독, 고 현정건 씨 미망인 작야 자살, 부군이 간 뒤 41일 동안 가사를 정리, 종용히 독약 마시고 따라간 윤덕경 여사, 혈루(血淚)에 점철된 망명가 가정」, 동아일보, 1933.2.12.
「현정건 씨 미망인 윤덕경 여사 순종(殉終), 부군 장거를 애통하던 끝에 마침내 10일 밤에 독약 마시고 자결, 간절 구구 단장의 유서」, 중앙일보, 1933.2.12.
사설, 「변치 않는 정과 의리; 현정건 부인 윤덕경 여사 자살사건의 사회적의의」, 동아일보, 1933.2.14.
「혈루에 젖은 40년간-고 윤덕경 여사 순종(殉終)기, 어둠과 슬픔의 눈물 위에 신의로 세워진 사랑의 탑」, 신가정, 1933.3.
김윤경, 「윤씨 순종과 사회의 여향-신의의 표현」, 신가정, 1933.3.
김미리사, 「윤씨 순종과 사회의 여향-차라리 사업」, 신가정, 1933.3.
박인덕, 「윤씨 순종과 사회의 여향-고상한 절개」, 신가정, 1933.3.
鄭五星, 「윤덕경 여사 순종(殉終) 비화(悲話), 결연(結緣) 20년에 동거는 반세(半歲), 사별(死別) 월여에 부군과 동혈(同穴)」, 신여성, 1933.3.
「현정건 씨 미망인 자살」, 신한민보, 193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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