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여성가사는 지배양식인 남성가사를 모방하는 것에서 여성들의 서사로 내면화, 융성시키는 과정에서 시대 사회적인 변화를 담지하고 다른 문학 갈래와도 영향을 주고 받으며 여성적인 소통의 장으로서의 독자성을 키워나갔다. 일레인 쇼왈터Elain Showalter는 「그들만의 문학A Literature of Their Own」(1977)에서 지배전통의 지배적 양식을 모방하고 내면화시키던 단계를 거쳐 여성들만의 문학공간을 창출해나가는 여성적 자기서사의 특징을 주목한 바 있다. 여성 가사는 바로 이러한 여성적 자기서사의 구현물로서 생각될 수 있다. 특히 낭독과 필사로 이어지는 향유 방식과 전승의 과정은 다기한 변이체들을 낳으며 고정된 텍스트 분석의 틀을 벗어나 있다. 이러한 면모는 여성 텍스트의 외연을 넓혀주는 동시에 텍스트 자체의 다중적인 목소리들에 주목하게 한다. 특히 계녀가류 여성가사는 유교적 자장하에서 시대 변화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들을 담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부각될 필요가 있다. 여성들의 관계적인 성향을 분명히 담지한 텍스트의 확장과 소통의 방식은 때로 남성적인 윤리규범의 계도를 위한 방편이 되기도 했지만 그 속에서도 여성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이 지점에서 지배적인 목소리와 침묵하고 있는 목소리 혹은 불투명하게 드러나는 목소리들을 감지해낼 필요가 있다. 특히 시대가 요구하는 지점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통해 여성적 정체성을 모색해내는 과정은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여성 가사는 개화기라는 시대적 격변 속에서 또다른 변모를 보이는데, 형식적인 쇠퇴 혹은 소멸의 측면 보다는 그 시대적 소명을 담아내는 지점이 부각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조선의 전면적인 재구성을 요구하는 시대 속에서 조선적 윤리의식을 계도하였던 계녀가류 여성 가사의 시대인식의 면면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지점들을 <경계사라>라는 작품을 통해 살펴보고자 했다. 개화기는 문명개화를 시대적 과제로 삼으며 그 중심에 여성을 두었다. 따라서 계몽의 대상은 여성이었으며 쏟아지는 여성담론들은 또하나의 여성 지침서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지점에서 계녀가류 여성가사와 개화계몽류 여성 가사가 내용적 형식적 측면에서, 바로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여성에게 익숙한 양식으로 전달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만나고 있다. 다만 여성의 자각은 주지의 사실이었으나 실제 여성의 삶은 급격히 변화될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여성들은 전통과 근대의 경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고 있었으며 이러한 지점들을 <경계사라>와 다른 여성가사들을 통해 방증해보고자 했다. 이 시기 여성가사에 나타난 여성들의 정체성 모색의 과정은 신소설의 면면들, 이후 근대 여성 소설의 면면과도 이어지는 것으로 이는 차후의 과제로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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