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이 논문은 『한국구비문학대계』의 ‘고려장이 없어진 유래(436-11)’ 유형을 대상으로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언제든 버려질 수 있다는 노인의 공포와 위기의식이 어떻게 이야기 형식으로 재현되어 공감대를 형성했는지, 그리고 노인 스스로 자신의 사회적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어떠한 설득의 방법을 모색했는지를 분석했다. 선행 연구에서 해당 유형의 하위 범주는 ‘문제형’과 ‘지게형’으로 분류되었는데, 이 논문에서는 부모의 자애에 감동한 아들이 불효를 거두는 ‘자애형’과 노인 부모의 사회적 독립을 강조한 ‘자립형’을 포함한 네가지 범주로 유형화하여, 노인의 사회적 생존을 위한 설득의 방법과 공생 지향의 성찰적 상상력을 분석했다. ‘문제형’과 ‘자립형’이 노인의 쓸모와 능력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자격 기준을 제시한 사회적 기대에 부응한 것이라면, ‘지게형’은 ‘쓸모’라는 가치 기준을 넘어선 성찰적 지향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자애형’은 정서적 감응을 인간적 삶의 가능성으로 상정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네 가지 대응 방식은 노인과 노화를 바라보는 사회 구성원의 공포와 불안을 반영하지만, 가장 큰 양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문제형’이라는 것은 지혜와 경험, 지식 등 노인의 ‘쓸모’를 입증하는 방식으로 노인의 문화적 위치가 확보되는 과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우세하게 작동했음을 의미한다. 설화 구연자의 대부분이 노인층(60~97세. 64%)인 것을 고려하면, 이는 노인 자신이 사회에 쓸모있는 존재로 인정받고 싶다는 사회적 인정 욕구를 표출한 결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언제든 사회적 가치를 입증해야만 사회적 존재로서의 문화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생존의 스트레스가 반영되어 있다. ‘지게형’에는 노년층 부모가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효를 기대하기보다는 자신들을 보편적인 인간 존재로 바라보고 존중해주기를 기대하는 심리적 요구가 투영되어 있었다. 이 설화 유형은 ‘장유유서’나 ‘효’라는 윤리적 차원이 아니라, 누구나 늙는다는 생물학적 자연을 인정하는 방향에서 ‘공생’과 ‘돌봄’의 문화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담고 있었다. 고려장이 폐기되는 맥락에 대한 서사적 상상력은 자녀의 부모에 대한 효도라는 윤리적이고 이념적인 차원을 강조하기보다는, 노인(가족)과 공생해야 하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지점을 모색하고, 인간은 언젠가 모두 노인이 된다는 자기성찰성의 문제를 형성했다는 특징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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