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이 논문은 현대소설에 나타난 이주여성의 재현양상을 살피고, 여성이 이주의 경험을 통해 정체성이 형성되는 측면을 밝히고자 한다. 나아가 이주여성의 재현양상을 통해 서사적 상상력이 다문화 사회에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를 성찰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이주의 여성화 속에서 이주여성의 정체성과 젠더가 몸, 섹슈얼리티, 노동의 범주뿐만 아니라 계급, 국적, 인종, 문화의 위계화 등 다양한 맥락 속에서 어떻게 구성되는가를 살폈다. 먼저 결혼이주여성은 맞선 과정에서부터 남성에 의한 시각적인 응시의 대상이 되며 결혼생활에서 가부장적 가족규범에 부합하는 아내와 며느리로서 유순한 몸을 요구받는 등 몸과 섹슈얼리티를 통해 대상화 된다. 노동 이주여성의 경우 주로 감정노동이나 돌봄노동에 종사하거나 섹슈얼리티를 매개로 한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으며, 브로커에게 속아 임금을 착취당하고 신체를 유린당하는 등 기본적인 인권마저 보호받지 못한다. 이는 여성의 결혼 및 노동이주의 양상이 몸과 섹슈얼리티를 매개로 하는 성별화된 이주의 특징을 보이는 것이다. 한편 이주여성은 떠나온 공간과 새로 거주하는 공간 ‘사이에 낀’ 존재로서 이질적인 문화의 다양성과 차이를 통해 문화적 혼종성을 경험하는데, 가부장적 문화와 언어 그리고 음식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이주여성의 문화는 이주한 공간의 문화와 상호교섭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동화되도록 요구받는다. 이주여성은 경제적, 문화적, 언어적 위계관계 속에서 자신의 견해를 스스로 말할 수 없는 하위주체이다. 이주여성을 그린 작품에서는 이러한 하위주체를 재현하기 위해 서술자나 작가의 개입이 최소화된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과 1인칭 관찰자 시점에 의한 증언의 서술방식이 지배적이다. 「잘가라 서커스」, 「파프리카」, 「가리봉 연가」, 「그곳에 밤 여기의 노래」와 같이 인물의 내면이 번갈아 초점화되는 3인칭 전지적 시점의 서술방식은 독자가 인물의 욕망을 직접적 으로 이해하도록 만든다. 「그 여자가 사는 곳」, 「타인과의 시간」, 「꽃가마배」와 같은 1인칭 관찰자 시점의 서술방식은 이주여성의 삶을 지켜 본 목격자로서 분열되는 이주여성의 정체성을 증언한다. 이러한 서술과정에서 드러나는 타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이해는 독자에게 시민의식과 다문화감수성을 불러일으키면서, 문학의 “서사적 상상력이 시민적 상상력을 계발하는 데에 이바지한다”는 것을 입증한다. 요컨대 이주여성은 배타적인 시민권과 국민국가의 경계에 의문을 던지는 존재로서 독자가 이주여성의 재현을 통해 깨닫게 되는 공감의 공적이익은 올바른 시민권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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