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여성문학은 생명의 흐름이 차단된 상태를 못견뎌, 그것으로 인해 생성된 문학이다. 그 요인은 다양하다. 환경이나 생태학적인 파괴에 의해서 생존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직접적인 요인에서부터 그 이유를 찾아 인간의 삶이 어떻게 황폐화되어 가는가를 다룬 작품들이 있는가 하면, 인간적인 삶, 생명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피해가기 위해 인내의 삶을 형상화한 작품, 생명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유기체적 세계관을 통하여 생명의 흐름을 보여주는 문학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바다로부터의 긴 이별』과 『불타는 폐선』은 극단적 산업 자본주의화의 경쟁구도 속에서, 맹목적인 개발바람과 함께 서서히 해체되어 가는 삶의 공동체와, 인간소외현상을 야기하는 광물성의 세계인 죽음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사랑과 상처』나 『에덴의 서쪽』에서는 인간을 인간 그 자체로보다는, 오히려 남자, 여자라는 이항대립적인 관계 속에서, 남성은 월등한 존재, 여성은 열등한 존재로 여성을 타자화시켜 여성을 억압하고 구속하는 세계를 형상화했다. 이는 의사소통구조에서도 수직적이고 획일적인 구조를 통하여, 인간의 진정한 관계를 방해하는 가부장적 의식이 지배하는 세계이다. 이를 벗어날 때에만 진정한 자유와 새로운 인간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토지』의 생명사상이나 『혼불』의 ‘혼불’의식은 생명을 가진 개체 하나 하나가 자기 충족감을 가지고 있는 우주와 같아서 그것을 외부의 강압에 의해서 파괴되거나 소멸되어서는 안 된다는 유기체적 세계관에 근거해 있다. 이는 『토지』나 『혼불』의 주제, 인물, 소재의 유기체적 상관관계를 이루는 근간으로 작용한다. 근대화의 미명하에 날로 황폐화되어 가는 환경을 살리는 길은 유기체적 세계관에 의해서, 생태계의 파괴는 곧 인간의 파멸임을 인식해야 한다. ‘나’는 곧 생명의 집합체이며, ‘너’ 역시 생명의 집합체이다. 그러니까 생명을 가진 모든 생명은 모두 우주이다. 너는 나이고 나는 너이다. 그러기에 생명 하나 하나의 존엄성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생명주의의 근본원리를 새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