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박완서의 소설에서 ‘남편’은 당대 사회 문화적 가치의 표상으로 등장한다. 일상적 삶의 우위성을 강조할 때는 물론, 부조리한 삶의 양태를 고발하고 비판하는 경우에도 남편은 주요한 매개로 등장한다. 남편의 표상이 시대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이상적 남성성의 변화에 기인한다. 요컨대, 박완서는 남성성의 구성과 재구성을 남편이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70년대 소설에서 남편은 세속적 근대의 표상으로 등장한다. 당시의 헤게모니적 남성성은 경제적 능력을 갖춘 남성이었고, 박완서는 이러한 남성성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80년대 소설에서 남편은 여성주의 운동의 적(敵)으로 등장한다. 가부장적 권력으로써 여성을 종속하고 통제하는 남편을 통해 작가는 불합리한 젠더 규범의 모순을 직시하였다. 한편으로는 이 시기에 등장한 성찰적 남성성의 사례를 통해 남성에 대한 시대적 요구와 가치가 변화하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90년대로 들어서면서 남편의 모습은 다른 방향성을 제시한다. 특히 90년대 후반부터 남편의 표상은 윤리적 인간애의 대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남성성의 변화는 박완서의 소설이 젠더 이분법의 해체를 기획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는 바로 박완서 소설의 젠더 정치성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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