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서 공간은 서사의 배경이자 인물의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인물이 생활하는 현장은 주체의 정체성은 물론 사회ㆍ경제적 관계망까지도 보여준다. 김애란 소설에 등장하는 청년세대의 삶은 현대 후기자본주의 사회의 특성과 맞물려 이해할 수 있으며, 작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세대의 척박한 현실을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며 잠시 거처하는 ‘방’을 통해 재현하고 있다. 이글은 김애란 소설에 나타난 공간적 표상, 공간과 인물의 인식을 통해 발생하는 공간의식을 통해 인물의 자아정체성을 고찰하고자 한다. 현대사회의 ‘집’은, ‘家’는 소멸되고 주변의 기능적 공간의 배치와 효율성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부동산’의 개념으로 전락하였다. 김애란 소설 속 인물이 장소로서 구체성을 상실한 ‘집’이 아닌 ‘방’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은 자기 정체성 구성을 용이하게 만들고 자신의 내면을 탐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장치로서 기능하고 있다. 청년세대가 거주하는 공간의 불평등은 청년세대의 사회적 위상, 서울이라는 도시의 공간적 특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비거주지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은 도시의 통제로부터 비껴 서있으며 도시 거주민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이 척박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인물이 명랑성과 여유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애란 소설의 서사 공간은 현대사회의 단자화 되고, 물화 된 존재의 정체성을 대변해준다. 청년실업문제, 가족관계의 약화, 인간소외와 인간의 도구적 존재로서 전락 등등 현대사회의 심각한 문제는 반지하 셋방, 옥탑방, 원룸, 고시원, 합숙소, 편의점과 같은 인물의 거주공간과 생활공간, 경험 공간 등을 통해 구체화 되고 있다. 인물이 공간 속에서 느끼는 감정은 ‘세계-내-현존재’로서 무시되고 소멸되는 개인의 한계와 두려움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김애란 소설 속 인물은 개인의 한계를 결핍으로 인식하고 주저앉는 대신 자기만의 방식으로 척박한 현실을 마주하고 적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상과 소통의 여지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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