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이 글은 50년대 신문소설이 시민적 연애 공론장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근대적 시민의 사생활 영역, 즉 가족을 만들어가는 시험 무대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연애는 결코 가벼운 소재가 아니다. 계몽된 가족은 근대적 공공영역, 즉 시민사회의 핵심 요소이다. 근대는 가족의 승리라 칭할 만큼 가족을 보편적 삶의 양식으로 만들었는데, 이는 가족이 근대적 세속화 과정에서 행복의 표상이 된 것과 관련이 있다. 침실의 자유를 향유하는 한편으로 도덕적으로 가족을 통치하는 개인, 자신의 욕망을 긍정하고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면서도 무분별하게 욕망을 추구하지 않는 시민은 새로이 부상하는 계급의 표상이었다. 50년대 신문소설은 이렇듯 ‘사적 영역’ 발견을 중심으로 근대 가족의 가치와 이념에 관한 규범을 만들어 나간다. 50년대 신문소설은 구질서의 가족을 해체하고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 이루어지는 거대한 실험의 장소였다. 연애는 시민사회의 보편적인 가치와 개인적인 욕망 간의 충돌을 비판적으로 화해시키기 위한 것, 즉 개개인의 삶 속에 사회의 이상들을 통합시키고 질서의 회복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제의 혹은 절차의 성격을 띤다. 그러므로 연애는 사적인 관심과 공적인 관심 사이에서 모호한 위치를 차지한다. 또한 연애소설은 연애지침서 혹은 연애계발서이기도 하다. 모범적으로 가족을 이끌어 갈 이상적인 주인공은 누구인가, 결혼 배우자를 선택할 때 주의깊게 지켜봐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관해 토론하는 장이었다. 도덕적으로 올바르면서도 화락한 가족을 만들어 갈 배우자를 찾는 과정이 바로 연애다. 유혹은 세속적 행복의 성소인 가족을 이끌어 갈 이상적인 동반자가 누구인지를 시험하는 한편으로 이상적인 배우자가 되기 위한 상징적 통과제의로서 50년대 소설의 가장 대중적인 주제이다. 50년대 소설의 주인공들은 스스로를 연애하는 인간으로 선언하고 삼각, 사각 등 복잡다단한 짝짓기의 전장으로 뛰어든다. 그러나 남녀의 연애에 대한 이상은 충돌한다. 남자들에게 연애는 전쟁으로 무너진 가부장제를 재건함으로써 다시 한 번 성의 주도권을 쥐는 것이어서 부유한 독신남이나 이혼 위기의 남자가 타락한 여자의 유혹을 이겨내고 정숙한 여자를 선별해내는 플롯을 취한다. 반면에 여자들에게 연애는 봉건적인 가족 제도 하에서 억눌린 삶을 살아온 어머니들의 인생과 결별하고 가슴 떨리는 새 삶의 무대로 나아가는 위대한 도약의 계기였다. 여성들의 연애소설에 대한 탐식증적 독서와 열렬한 반응은 이러한 판단의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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