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고정희 시에 나타나는 현실인식에 대한 평가는 주로 후기시에 집중되어 있다. 또한 기존의 연구는 그의 시세계 전반의 공동체적 인식을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본고는 고정희의 시의 변모가 공동체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함께 한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그의 시적 변모를 입체적으로 규명하고자 한다. 고정희의 시 전반을 탐색하기 위해 장-뤽 낭시의 공동체 이론으로 고정희 시의 바탕에 놓인 공동체적 성격을 밝힌다. 개인인 주체는 자신을 유일한 존재로 가정하지만 유한성을 깨닫게 됨에 따라 존재는 분리된 개인으로 존속할 수 없다는 불가능성을 의식한다. 그리고 타자로 향하는 움직임 가운데 있게 된다. 장-뤽 낭시가 말하는 ‘우리’의 존재의 수행은 ‘우리’의 관계 내에서 서로를 향한 실존들의 만남과 접촉이다. 장-뤽 낭시가 상정하는 공동체는 우리의 실존의 나눔의 양태, 즉 인간들 사이의 소통과 공동체 구성의 근거이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 걸쳐 쓰여진 고정희의 시는 공동의 것을 지향한다. 공동체적 인식을 꾸준히 나타내며, 공동체가 처한 상황을 그려나간다. 초기시에서 구체성이 결여된 ‘우리들’은 절망과 수동성을 드러낸다. 하지만 중기시에서는 종교에 대한 폭로적인 언술로 공동의 것이 대상화되고 절대적인 것으로 승격되는 양상을 비판한다. 동시에 억압과 구속에 놓여있는 현실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 외부를 받아들이고 마주하는 것이다. 그러한 양상은 후기시에서 강렬한 현실 비판의 시각으로 기존의 질서를 흔들며, 현재를 극복하고 폐쇄적인 동일성의 지배를 극복해나가려 한다. 그것은 타자성에 열린 공동체, 함께 있음의 외존을 향해가는 것으로 보인다.
고정희, 고정희 시 전집 1․2, 또 하나의 문화, 2011.
장-뤽 낭시, 박준상 역, 무위의 공동체, 인간사랑, 2010. 21~250쪽.
모리스 블랑쇼․장-뤽 낭시, 박준상 역, 밝힐 수 없는 공동체/마주한 공동체, 문학과 지성사, 2005. 103~149쪽.
김승희, 상징질서에 도전하는 여성의 목소리, 그 전복의 전략들, 여성문학연구 2호, 1999. 135~166쪽.
김승희, 한국 현대 여성시에 나타난 제국주의의 남근 읽기, 여성문학연구 7호, 2002. 80~104쪽.
김형주, 최정기, 공동체의 경계와 여백에 대한 탐색 -공동체를 다시 사유하기 위하여, 민주주의와 인권 14권 2호, 2014. 159~191쪽.
박죽심, 고정희 시의 탈식민성 연구, 어문논집 31집, 2003. 235~257쪽.
박준상, 정치적 ‘행위’와 공동체- 장-뤽 낭시를 중심으로-, 철학논총 78집, 2014. 347~363쪽.
송명희, 고정희의 페미니즘 시, 비평문학 9호, 1995. 137~164쪽.
송현경, 고정희 시의 공동체 의식 연구- 타자윤리를 중심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4.
유인실, 고정희 시의 탈식민주의 연구-연작시 『밥과 자본주의』를 중심으로, 비평문학 36호, 2010. 171~190쪽.
이경수, 고정희 전기시에 나타난 숭고와 그 의미, 비교한국학 19집 3호, 2011. 65~98쪽.
이소희, 『밥과 자본주의』에 나타난 “여성민중주의적 현실주의”와 문체혁명: 『몸바쳐 밥을 사는 사람 내력 한마당』을 중심으로, 비교한국학 19집 3호, 2011. 99~144쪽.
이연화, 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탈식민성 연구, 강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3.
허정, 유한성과 취약성이라는 공통성- 장-뤽 낭시와 주디스 버틀러의 공동체론, 다문화콘텐츠연구 14, 2013. 409~4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