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사상계』기행문은 여타 잡지의 기행문과 매우 달랐다. 순수 여행담 성격의 글이라기보다 시찰담, 학술 교류, 학계 방담의 성격이 강하였다. 이는 『사상계』가 스스로를 ‘종합학술지’로 규정하고 근대화 전략의 토대를 ‘학술교양’에 두고 있었던 점과 상통한다. 서구/아서구/비서구 기행문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근대’ ‘국민국가’ ‘발전’에 대해 상상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서구 기행문은 오리엔탈리즘 시선으로 서구를 한결같이 ‘보편’으로, ‘발전’으로 표상하고 있었다. ‘제국주의의 눈’으로, 저개발의 후진국인 한국이 ‘발전’하려면 서구의 문명(화)을 수용해야 하다는 것을 여러 형태로 역설하였다. 식민주의가 비판되지 않았으며, 반공주의가 근대화와 결합하면서 ‘승공’(勝共)으로 가치화 되고 있었다. 따라서 리저널리즘에 대한 재편의식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문명론적, ‘발전(재건)’의 젠더는 남성이었다. 아서구 기행문은 피식민의 피해의식을 봉인하고 제국주의 및 식민주의를 해금시킴으로써, ‘전후 일본’의 리저널리즘적 재편 욕망인 ‘새로운 아시아 보편’에 의식・무의식적으로 내면화된 지식인의 사유를 환기하였다. 이는 일본 내에서 ‘전후 일본’이라는 내러티브가 전쟁책임과 가해의식을 봉인하고, 스스로를 피해자로 규정・연출한 것과 동궤였다. 젠더의식은 특별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 때의 ‘비(非)젠더’란 남성젠더적인 것이었다. 비서구 기행문에서는 새로운 민족적 관점을 충동하면서 리저널리즘의 재편을 통해 보편을 재구성하려는 의지가 확인되었다. 리저널리즘에 대한 적극적・수동적 사유가 둘 다 목도되었는데, 구체적으로는 네 개의 ‘아시아 리저널리즘’으로 구분되었다. ‘냉전(반공) 우선성’의 아시아 리저널리즘, ‘발전론 우선성’의 아시아 리저널리즘, 우선성이 작동하지 않은 채 ‘냉전과 발전론이 결합’한 경우, ‘중립주의’의 아시아 리저널리즘이 그것이다. ‘반제국(식민)주의 우선성’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냉전(반공)을 ‘과잉전유’한 한국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발전론 우선성’의 경우 발전의 핵심은 ‘경제력 성장’이었지, 센(Sen)이 말하는 ‘자유의 신장’과는 거리가 있었다. 중립주의는 아시아 리저널리즘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유하는 것이었으나, 리저널리즘을 재편하고 보편을 재구성 하는 탈식민적 사유에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일정한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여기서는 후진성=여성성=저개발, 선진성=남성성=발전이라는 성적 은유가 작동하고 있었다. 『사상계』 기행문에서 ‘발전(재건)론’은 젠더의제가 실종(소거)된 기획이었다.
『사상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전후의 탄생』, 그린비, 2013, 1∼327쪽.
김진웅, 『냉전의 역사, 1945∼1991』, 비봉출판사, 1999, 1∼326쪽.
김현주, 『근대 산문의 계보학』, 소명출판, 2004, 1-296쪽.
박태균, 『원형과 변용-한국경제개발계획의 기원』, 서울대 출판부, 2007, 1∼418쪽.
사상계 연구팀, 『냉전과 혁명의 시대 그리고 『사상계』』, 소명출판, 2012, 1∼428쪽.
장세진, 『슬픈 아시아』, 푸른사상, 2012, 1∼312쪽.
한국국제협력단, 『개발학강의』, 푸른숲, 2014, 1∼456쪽.
마루카와 데쓰시, 『리저널리즘』, 백지운․윤여일 역, 그린비, 2008, 1-216쪽.
그렉 부라진스키, 『대한민국 만들기 1945∼1987』, 책과 함께, 2011, 1∼504쪽.
마고사키 우케루, 『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나』, 양기호 역, 메디치, 2013, 1∼392쪽.
베른트 슈퇴버, 『냉전이란 무엇인가: 극단의 시대 1945∼1991』, 최승완 역, 역사비평사, 2008, 1-264쪽.
아마티아 센, 『자유로서의 발전(Development As Freedom)』, 김원기 역, 갈라파고스, 2013, 1∼508쪽.
프랜시스 손더스, 『문화적 냉전: CIA와 지식인들』, 유광태․임채원 역, 그린비, 2016, 1∼776쪽.
町村敬志, 『開發主義の構造と心性』, 御茶の水書房, 2011, p.1∼465.
村松安子, 『「ジェンダ-と開發」論の形成と展開』, 未來社, 2005, p.1-245.
Wolfgang Sachs ed., The Development Dictionary, 1992, p.1∼332.
김미영, 「1960∼70년대에 간행된 한국 지식인들의 기행산문」, 『외국문학연구』 50호, 2013, 9∼33쪽.
김복순, 「낭만적 사랑의 계보와 서사원리로서의 젠더 --1950년대 「사상계」와 「여원」을 중심으로」(KRF-2008-327-A00441), 『어문연구』 151호, 2011, 285∼317쪽.
김복순, 「학술교양의 사상형식과 ‘반공-로컬 냉전지(知)의 젠더-∼2950년대 『사상계』를 중심으로」, 『여성문학연구』 29호, 2013, 73∼125쪽.
김양선, 「1950년대 세계여행기와 소설에 나타난 로컬의 심상지리」, 『한국근대문학연구』, 22집, 2010, 205∼230쪽
김예림, 「냉전기 아시아 상상과 반공 정체성의 위상학」, 『상허학보』 20, 2007, 311∼345쪽.
백원담, 「냉전기 아시아에서 아시아주의의 형성과 재편 1」, 『중국현대문학』 42, 2007, 31∼84쪽.
양준석, 「1961년 한국의 친선사절단 파견과 지역인식의 확장」, 『한국정치외교사논총』, 제37권 2호, 2016, 171∼205쪽.
이봉범, 「냉전과 원조, 원조시대 냉전문화 구축의 역동성」, 『한국학연구』, 제39집, 2015, 221∼276쪽.
이상록, 「『사상계』에 나타난 자유민주주의론 연구」, 한양대 박사논문, 2010, 1∼258쪽.
이순진, 「아시아재단의 한국에서의 문화사업」, 『한국학연구』, 제40집, 2016, 9∼55쪽.
이하나, 「1950∼60년대 반공주의 담론과 감성 정치」, 『사회와 역사』, 제95집, 2012, 201∼241쪽.
임종명, 「탈식민 초기 남한 국가 엘리트의 아시아 기행기와 아시아 표상」, 『민족문화연구』 52, 2010, 143∼198쪽.
임종명, 「해방이후 한국전쟁 이전 미국기행문의 미국표상과 대한민족의 구성」, 『사총 67, 2008, 503∼102쪽.
장세진, 「역내 교통의 (불)가능성 혹은 냉전기 아시아 지역 기행」, 『상허학보』 31, 2011, 123∼171쪽.
정진아, 「1950년대 후반-1960년대 초반 『사상계』 경제팀의 개발 담론」, 『사학연구』 105, 2012, 321∼364쪽.
지상현, 「동아시아 지역질서의 기원과 등장-냉전 초기 집단 동맹 구상의 실패를 중심으로」, 연세대 지역학 석사논문, 2010, 1∼191쪽.
홍태희, 「여성주의 경제발전론과 경제성장론」, 『여성주의 경제학』, 한울, 2014, 109∼123쪽.
이마뉴엘 월러스틴, 「의도하지 않은 결과: 냉전시대 지역연구」, 노엄 촘스키 외, 『냉전과 대학』, 정연복 역, 당대, 2001, 130∼1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