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배비장전」에는 19세기에 낙원이자 절해인 제주에서 살았던 여성의 삶이 새겨져 있다. 애랑으로 대표되는 제주 기생은 본토와 제주, 남성과 여성, 관료와 관기라는 위계 안에 있었던 하위주체를 대표한다. 애랑은 외부/본토의 시선에 자기서사를 맞추거나 그들이 강조하는 고매한 정신성에 기죽어 자기 삶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이중성을 내재적으로 초월함으로써 자기 삶의 적나라함에 직면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서사를 써나가는 서사적 정체성을 회복한다. 그녀가 선택한 서사전략은 자기를 놀이의 도구로 삼았던 남성의 육체 또한 놀이 도구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애랑의 몸을 천한 것라고 폄하하면서도 애랑의 알몸을 보고 욕정을 품었던 배비장 또한 알몸으로 만들고 그의 몸도 놀이의 도구이고 천한 조롱거리가 되게 한다. ‘알몸’은 원시적 육체로서, 상하남녀를 모두 평등한 존재로 만든다. 애랑은 자신의 몸을 천하다 여겼던 배비장을 자신과 같이 알몸이 되게 하고, 그의 알몸도 놀이 도구의 일부가 되게 함으로써 풍자 놀이의 주체와 도구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러한 서사 전략을 통해 애랑은 의복이 상징하는 사회적 정체성의 결핍을 충분히 보상하고, 하위주체의 새로운 정체성 즉 서사적 정체성을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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