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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middle of enormous diversity and monotonous similarity

Feminism and Korean Literature / Feminism and Korean Literature, (P)1229-4632; (E)2733-5925
2001, v.0 no.5, pp.358-376

Abstract

법적ㆍ제도적ㆍ관습적ㆍ문화적으로 명백한 가부장제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의 결혼한 여자로서 나에게 맡겨진 다중적 역할 부담을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정도로는 수행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함으로써 이 자본주의 가부장제의 단순한 방조자일 뿐 아니라 그 존속에 기여하는 나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러나 가부장제의 존속에 기여하는 나의 옆에 살을 맞대고 가부장제의 일상적 억압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해방을 꿈꾸는 ‘나’들이 살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 지점에서 나는 질문을 수정하여 내가 어떤 페미니스트인지 묻는다. 20여 년 전의, 동등한 기회와 제도적 평등에 대한 나의 열망은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지향에 맞아떨어진다. 대학생이 되었을 때 나를 사로잡은 논리는 물론 마르크시즘이었다. 이어진 결혼은, 나의 개인적 체험으로 보아도 그렇고 거의 모든 여성들의 경험담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 여성이 가부장제의 실체를 정면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가장 분명한 계기이다. 결혼 제도의 그러한 본질적 속성과 직면한 까닭에 더욱 또렷이 인지하게 된 것은, 그 동안 의식적ㆍ무의식적으로 지워 버리려 나의 여성성이었다. 나는 여자 친구들과의 교류와 임신, 출산을 통하여 나에게 아로새겨진 모든 차이들 중의 한 중요한 차이로서 성차를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문화주의 페미니즘이 급진적 페미니즘과 반페미니즘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아슬아슬한 느낌은 종내 사라지지 않는다. 만약 내가 찬양하는 여성성이 나 자신을 부자유하게 얽어매어 놓는 질곡일 때에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단일한 의미의 “여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포스트페미니즘의 주장은 이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그렇다면 페미니즘 역시 하나가 아닐 것이다. 한국 사회 자체가 이미 전근대, 근대, 탈근대의 양상들이 뒤섞인 복잡다단한 혼종(混種) 사회일진대 한국 사회의 여성 정체성을 고정되어 있고 단일한 어떤 것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무한한 다양성과 단조로운 유사성’의 한가운데에서 혼란스러워 한다. 나는 여성 혐오적 근대의 가혹한 시간을 살아온 전 세대 여성들의 저력에서 탈출구를 찾는다. 남자들이 거대담론에 몰두해 있는 동안 생활 터전을 지키며 생명 유지의 노동을 감당해온 우리 나라 민중여성들의 생활력은 진정 끈질기고도 줄기찬 것이었다. 그 여성들의 자기 희생적 생활력이 가부장제적 가정과 가문을 위한 헌신으로 귀결되었다는 것을 비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날의 세련된 딸들이 이 어머니들과 단절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책 없는 전복과 단절, 무시와 경멸보다는 “비판적인 협상”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가족, 가문의 보존을 위해 사용되어온 우리 어머니들의 힘이 딸들을 거쳐 세계를 향하여 해방될 수 있으려면. 이러한 완만한 그러나 중단 없는 비판적 협상을 통하여 페미니즘‘들’은 제휴해야 할 것이다. 21세기 기술과학의 시대에 이러한 제휴는 이제 전통적 ‘인간’의 범주를 넘어 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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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minism and Korean Litera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