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해 1970년대 대중소설을 쓰던 윤정모는 1980년대에는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 『고삐』 등의 문제작을 쓴 작가이자 이른바 ‘여류’ 문학의 한계를 극복한 작가로 주류 문단에서 평가받았다. 1980년대 후반은 여성문학인들이 ‘여류문학’으로서가 아닌 ‘여성문학’으로서 문단과 문학사에서 새로운 시민권을 주장하기 시작한 시기였고 윤정모는 이러한 새로운 여성문학에의 요청에 걸맞은 작가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윤정모의 소설들은 여성 재현에 있어서 여성혐오라는 뚜렷한 한계를 다음과 같이 드러낸다. 첫째 윤정모 소설은 성적으로 방종하거나 훼손된 어머니를 소설 속에서 지속적으로 그려낸다. 윤정모의 초기 장편소설에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 모티프는 1980년대 소설에서는 민족주의와 접속되어 이들 여성들을 민족공동체 속에서 타자화 시킨다. 윤정모의 초기 소설에서는 분열적이고 기괴한 남성성을 혐오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여대생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과는 달리 1980년대 소설들은 민족주의적 입장에서 혐오스러운 나쁜 모성과 민족과 공동체에 복무하는 훌륭한 모성이라는여성재현의 스테레오타입을 그대로 형상화하고 있다. 둘째, 윤정모의 소설은 민족을 위협하는 외세를 중간계급 여성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형상화시킨다. 이러한 재현방식은 교육받거나 경제력이 있는 중간 계급 여성을 배제하고 혐오하던 민중담론의 가부장제적 사고와 관련이 깊다. 결국 윤정모는 1980년대 후반, 문단에서 남성과 부계를 표준으로 삼는 민족, 역사를 소설의 소재로 적극 끌어온‘탈여류’의 여성작가가 되었지만 여성혐오를 드러내고 남성 지식인을 훌륭하게 묘사하면서 남성폭력을 용인하는 한계를 지닌다. 이러한 재현의 방식은 윤정모가 자신의 개인사를 재현하고 서술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상상된 부계혈통의 중요성은 단순히 민족주의적 정당성을 뛰어넘어 작가 개인의 실존적 고민에 맞닿아 있었기 때문에 윤정모의 문학이 1990년대의 달라진 상황에서 유연하게 변화될 수 없었던 이유로 작용한다.
Jungmo Yoon who started her work activities from 1968, and then wrote popular novels in the 1970s, is not only a writer who wrote such controversial works like 「Night Road」 representing the May 18 Gwangju Democratic Movement into a novel for the first time, 「Your Ma’s name Was Chosun Whore)」taking the comfort women for Japanese soldiers as its material, and 『Rein』 known as an anti-American novel in the 1980s, but also evaluated as a writer who overcame the limitation of so-called ‘feminine’ literature in the literary world. In the late 1980s, the female writers started asserting the new citizenship in the literary world and literary history not as ‘feminine literature’, but as ‘women’s literature’. At that time, Jungmo Yoon was also evaluated as a writer suitable for the new requests of women’s literature. However, Jungmo Yoon’s novels are overwhelmed by the nationalistic perspective, so they reveal the limitations of misogyny in the representation of women as follows. First, Jungmo Yoon’s novels in the 1980s, regarded as popular novels fully represent the stereotype in the representation of women as hateful bad maternalism and excellent maternalism. Second, Jungmo Yoon’s novels represent the ‘foreign power’ threatening people through the characters of middle-class women. In other words, the female characters symbolizing the foreign power are set up as luxurious and selfish middle-class women who are connected to the United States or excessively like foreign goods. This method of representation is highly related to the fact that the national/popular movements discourse of the time embraced the lower-class women as people and the public, and on the other hand, it excluded the middle-class women. Eventually, Jungmo Yoon became a female writer of ‘post-feminine literature’ by actively using the time, people, and history as the materials of her novels. However, her novels show the limitations of showing the tolerant perspective on men’s violence while revealing the misogyny. This method of reproduction is similar to the way Yoon Jung-mo reproduces and describes his personal history. The importance of the imagined paternal lineage was also the reason why Yoon Jung-mo’s literature could not be flexibly changed in the changed situation of the 1990s, as it was more than just nationalistic justif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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