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영화 「꽃잎」과 「슈슈」의 서사전략을 비교함으로써 한국과 중국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에 관한 대중기억이 어떻게 구축되었는지를 고찰하였다. 한국 영화「꽃잎」은 소녀의 히스테리적 증상을 통해서 ‘5·18 광주’로 인한 역사적 트라우마를 영상화시키는 작품이다. 기억상실, 실어증, 그리고 히스테리적 발작 등 소녀의영상 이미지에는 은폐되고 호도되었던 80년대 ‘광주’에 관한 대중기억이 함축되어 있다. 이와 달리 중국 영화 「슈슈」는 트라우마적 경험에 대한 재연이다. 천진난만에서 편집증 성향이 보인 이미지로 타락한 소녀 슈슈를 통해서 ‘문혁’에 휘말린 ‘즈칭’(知青) 전체의 비극적 운명이 재현되고 있다. 비록 두 편 영화의 재현방식이 다르지만 어린 소녀의 이미지를 통해서 정치적 폭력에 짓밟힌 대중의 역사적 트라우마가 형상화된다는 점은 유사하다. 두 영화는 개인의 기억/경험을 집단적인 트라우마로 재구축하는 과정에서 모두 ‘소녀–화자–중년남자’의 삼각 구도를 선택하였다. 민중을 대표하고 있는 장씨가 소녀의 트라우마를 자신의 몸에옮겨서 죄의식의 몫을 담당했다면 거세된 소속민족인 라오찐은 소녀를 구원하는신격화된 이미지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이로써 「꽃잎」과 「슈슈」는 부채의식과 자기처벌을 통과한 집단적 책임감이 형성되어 정치적·윤리적 주체로 나아가는 과정을 재현함으로써 한국과 중국의 트라우마의 극복방식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여준다. 두 편 영화의 차이점은 90년대라는 시공간에서 ‘즈칭’과 ‘386세대’ 가 문화적인 성찰을 한 결과와 관련 있다고 볼 수 있다.
This paper examines how popular memories of historical trauma have been constructed in Korea and China by comparing the narrative strategies of the films A Petal and XiuXiu: The Sent-Down Girl. A Petal represents the historical trauma of the Gwangju Incident through the hysterical symptoms of a girl. The girl’s amnesia, aphasia, and hysterical seizures are a metaphor for the concealed and misleading popular memories of Gwangju in the 1980s. In contrast, the movie XiuXiu is a representation of traumatic experiences. By recreating Xiuxiu’s process of degenerating from a state of innocence to a state of paranoia, she portrays the tragic fate of all of the “educated youth” caught up in “the Cultural Revolution.” Although the methods of representation are different, both films recreate the historical trauma of the people traumatized by political violence through the image of a girl. Both the hysterical girl in A Petal and the obsessed girl in XiuXiu are objectified as victims in these historical narratives. In addition, both films employ a triangular structure composed of a “girl-narrator-middle-aged man” in the process of reconstructing individual memories/ experiences into collective trauma. The subaltern Mr. Jang takes on part of guilt himself by transferring the girl’s trauma into his body. In this way, a sense of collective responsibility is formed through guilt and punishment, leading to a political and ethical subject. By reproducing the process of forming a sense of indebtedness and collective responsibility through guilt and self-punishment, the films A Petal and XiuXiu demonstrate different approaches to overcoming trauma. This difference can be seen as the result of the cultural reflection of “educated youth” and the “386 Generation” in the 199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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