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이 글에서는 그레이스 조의 회고록 『전쟁 같은 맛(Tastes Like War)』을 모녀 관계에 초점을 맞춰 읽으며, 어머니의 트라우마를 공부의 대상으로 삼은 딸의 자기서사가 내포한 문학적 함의를 분석했다. 1972년에 한국인이 단 한 명도 없었던 남편의 미국 고향으로 자녀들과 함께 이주한 그레이스 조의 어머니는 사업가로 활동하며 삶의 터전을 마련했지만, 1986년 무렵부터 정신질환 증상을 나타냈다. 뒤늦게 어머니가 한국에서 성노동자로 일했다는 사실을 올케로부터 듣게 된 딸은 연이어 어머니의 자살 기도 사건을 겪으며 큰 충격에 휩싸이게 되고, 결국 어머니의 자존감을 무너뜨린 요인들을 학문적으로 규명해보기로 결심한다. 고통의 원인과 구조를 밝혀내고 폭력적인 세상과 싸우기 위해 공부를 시작한 그레이스조는 어머니에게 가해진 부당한 사회적 낙인을 비판할 수 있는 언어를 획득하며 어머니의 트라우마가 딸에게 전이되었다고 해서 모녀의 삶이 송두리째 뿌리 뽑힌 것은 아님을 증명했다. 그레이스 조는 모녀를 하나로 묶어준 공부의 의미와 가치를 『전쟁 같은 맛』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딸이 위대한 학자가 되기를 원했던 어머니와 어머니의 비밀을 공부로 밝혀낸 딸은 트라우마를 앎의 대상으로 삼아 공부와 글쓰기라는 사회적 실천으로 전환시켰다. 『전쟁 같은 맛』에서 그레이스 조의 어머니는 정신질환으로 사회에서 추방된 사람이 아니라 식민주의, 전쟁, 군국주의, 이산, 빈곤, 인종차별, 이민, 외국인 혐오증을 감내하고 돌파하면서 딸이 위대한 학자가 될 수 있도록 가르친 여성으로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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