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이현수의 소설 『나흘』은 1950년 7월 26일부터 29일까지 충북 영동에서 미군에의해 자행된 민간인 학살인 ‘노근리 사건’을 다룬다. 고향 영동으로 돌아온 다큐멘터리 감독 김진경이 노근리 사건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마을의 과거를 살피며 자신의 집안을 돌아보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은 기존 관점에서는 노근리 사건이 굳건히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여러 서사가 여기에 중첩되어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지적된다. 이 소설을 두고, 본고에서는 노근리 사건 ‘이후’를 그리는 이 작품이 ‘산만함’을 경유하여 가리키고 있는 바는 과연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노근리 사건의 진실을 좇는 과정이 왜 산만하게 에둘러 표현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학살된 ‘양민(良民)’의 곁에 놓인 여성 화자를 쫓아 묻는 이 글은, 『나흘』이 ‘김진경’과 ‘뻐들네’라는 두 인물로 학살 이후 두 갈래의 삶, 즉 회복의정치학에 응하는 삶과 ‘회복’의 테두리에 들어서지도 못한 삶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추적한다. 노근리 사건의 ‘사라진 여성들’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들로구성된 이현수의 소설은 희생당한 ‘양민’을 재현하는 문제와 동떨어져, 학살 이후 여성의 삶이란 한 겹의 시선에서는 결코 거두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하고있다.
Lee Hyun-soo’s novel Four Days deals with the Nogeun-ri Incident, a massacre of civilians carried out by US forces in Yeongdong, North Chungcheong Province, from July 26 to 29, 1950. In the novel, documentary director Kim Jin-kyung returns to her hometown of Yeongdong and looks back on the history of the village and her family in order to plan a television program on the subject of the Nogeun-ri Incident. The narrative has been criticized for how it overlaps here, and it lacks a sense of completeness. This paper examines what exactly Lee Hyun-Soo’s novel, which depicts the period after the Nogeun-ri Incident, implies through its treatment of “distraction.” This article asks the female narrator, who exists alongside the massacred “good people” (yangmin), why the process of revealing the facts of the Nogeun-ri Incident had to be expressed in a distracting manner. The narrative traces how the two characters lived two very different lives after the massacre: One is a life that responds to the politics of reconstruction, while the other is a life that is unable to even approach the space of “reconstruction.” Lee Hyeon-soo’s novel, which attempts to get increasingly closer to the “disappearing women” of the Nogeun-ri Incident, does not engage directly with the problem of reproducing the “yangmin” who sacrificed, and it demonstrates that the life of a woman after the massacre is never confined to a single point of view.
이현수, 『나흘』, 문학동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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