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이 연구의 목적은 2010년대 이후, 김미선, 공선옥, 김초엽의 장애 여성 소설이‘자기 돌봄’을 지향하면서 그동안 무성적 대상, 역사적 고통이 은유화된 몸, 비극의 장소로 규정된 장애 여성의 존재성을 넘어서고 있음을 분석하는 것이다. 여기서 자기 돌봄이란 나르시시즘과는 변별되는 것이다. 자기 돌봄은 사회로부터 존중받지 못한 자신을 돌보기 위해 자기주장을 하고, 관계 내에서 자신 역시 돌봄의 대상이 돼야 함을 요구하며, 일률적인 사회의 돌봄 체계에서 벗어나 자신을위한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그래서 장애에 대한 기존의 사유를전환하고 연약한 돌봄의 공동체를 구축하는 기반이 된다. 본고에서는 취약한 개인의 존재성을 재구성하는 ‘자기 돌봄’의 정치성을 다음의 세 가지 양상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우선, 김미선은 『버스 드라이버』에서장애 여성을 무성적 대상으로 만들고, 장애 남성을 유능한 노동자로 성장시키는‘가부장제에 종속된 여성의 돌봄’을 비판한다. ‘자기서사’를 바탕으로 장애 여성에게 부여된 한계에 맞서 자기 긍정에 이른다는 점에서 자기 돌봄의 저항성이 나타난다. 공선옥의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는 돌봄의 주체로 상정된 비장애 여성이 자신도 돌봄의 대상이 돼야 함을 인식하면서 장애와 비장애는 시혜적 관계에서 벗어난다. 자기 돌봄이 가능해지면서 취약한 존재들이 상호의존적으로 연결되며, 그 결과 장애 여성은 마을 여성 공동체의 한 구성원이자 숭배해야 할 타자가 된다. 마지막으로 김초엽의 『므레모사』는 장애 존재가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선택한 삶의 방식을 존중해야 함을 강조한다. 자기 돌봄을 실천하면서 비인간과 인간이 연결되며, 서로 잘 지낼 수 있기 위해 관계 맺는 ‘함께–되기’가 가능해진다. 그럼으로써 장애와 비장애의 위계는 해체되고, 폭력적 치유 논리가 비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