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이 논문은 1925년 고려관에서 간행된 「조선명부전」을 소개하고, 그 의의를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 「조선명부전」이 출판된 1920년대는 민족독립을 위해 온 국민이 힘을 합쳤던 3.1운동의 실패로 인한 패배의식이 만연한 시기이다. 이후 더욱 강화된 일제의 규제 속에서 왜 여성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여성의 어떤 면을 강조하고 있는가를 살피는 것이 이 논문의 주요 관심사이다. 우리 나라는 원만한 근대사회로의 전환을 이루지 못하였다. 봉건적 지배이념과 근대사회로의발전 욕구는 사회전반에 위기감을 형성하였고 여기에 일제의 국권침탈 의도가 가시화되면서 국권수호를 위한 민족자강운동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 출판계에서는 신식 활자가도입되면서 고소설을 신식활자에 담아내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흥미위주의 중국번안소설과 판소리 개작소설이 주로 간행되었던 1910년대의 출판경향과는 대조적으로 1919년 3.1운동 이후에는역사적 실존 인물의 생애와 업적을 다룬 전기적 역사소설이 주로 출판되었는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출판된 것이 「조선명부전」이다. 이 작품은 이 시기 대부분의 역사소설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인물전기의 전통을 기반으로 하고있다. 모두 10명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는 이 작품은 여러 인물을 한 책에 뮤는 열전 적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각각의 인물 앞에 활약상을 요약하는 별칭을 더해 명명하는 특징을 지닌다. 인물 개개인에게 주어진 벌칭이 홀륭한 여성 을 규정하는 조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조건으로 제시되고 있는 항목은 대부분 이전의 여성교훈서에 동장하는 것이지만 공적인 영역에서의 여성의 능력 발현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역할이 중시되는 것은 물론이지만 이에서 더 나아가 정치인 혹은 예술가로서의 활동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능력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개화기 이후 진행되어온 여성교육과 여권신장에 대한 관심과 관련하여 이해할 수 있고, 전통적 서사를 계승하면서도 여성에 대한 개방적이고 진전된 인식을 보인다는 점에서 「조선명부전」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