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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oetics of Sterility

Feminism and Korean Literature / Feminism and Korean Literature, (P)1229-4632; (E)2733-5925
1999, v.0 no.1, pp.23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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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남성중심의 정치ㆍ경제 체제와 부계혈통 중심의 가족제도가 정착함에 따라 여성의 가장 중요한 사명은 어머니가 되는 것이었으니 이런 사회에서 여성이 불임이라는 것은 존재의 근거를 상실하는 일이었다. 그 동안 불임여성은 남녀 모두에게 불완전한 여성으로 여겨졌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어머니가 되지 못하는 죄책감과 열등감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불임이라는 존재의 위기에 당면해 여성은 비로소 자기 몸이 타자를 위한 공간으로만 여겨져 왔음을 인식하게 되며, 자신이 주체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색하게 되는 것이다. 이 논문은 90년대 후반 발표된 소설 가운데 불임여성이 주된 작중인물로 등장하는 은희경의 「아내의 상자」, 김인숙의 「거울에 관한 이야기」, 김형경의 「세상의 둥근지붕」, 차현숙의 「나비, 봄을 만나다」를 대상으로 불임여성의 파멸의 양상과 그들이 모색한 치유의 방략을 고찰해 보았다. 네 편의 소설 가운데서 서술자를 남성으로 내세운 「아내의 상자」는 부부의 서사로, 가부장제사회에서 불임부부가 어떻게 파멸하는지를 보여준다. 규격화된 도시문명 속에서 두 부부는 불임인 채로 남편은 평온으로 위장된 황폐한 껍데기의 삶을 살고, 아내는 의식이 마비된 채 폐기되고 만다. 이에 반해 서술자를 여성으로 내세운 「거울에 관한 이야기」, 「세상의 둥근 지붕」, 「나비, 봄을 만나다」는 페미니즘 가족 로망스로 불임여성이 모색한 불임 치유의 방락을 보여준다. 불임 모티프는 여성의 자기 정체성 확립의 기제로 작용한다. 모성만을 유일한 여성적 가치로 여기려는 가부장제에서 모성이 억압의 굴레가 아니라 창조적 기쁨의 근원이 될 수 있는 방안, 생물학적으로 어머니가 될 수 없는 여성의 자아 정체성 확립의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된다. 사실 남성은 모두 불임인데 불임의 불모성을 문제삼는 것은 언제나 여성이다. 불모성의 남성성을 중심으로 형성 유지되어 온 가부장제의 불모성을 치유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도 불임 치유의 방략은 필수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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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minism and Korean Litera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