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본 논문은 한국적 가부장제 질서 속에서 드러나는 현대 한국 남성과 여성의 지위를, 소설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남성상과 여성상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대중적으로 성공한 이러한 작품들이 독자들(본고에서는 교육적 관심을 전제하고 있으므로, 학생을 더 염두에 두고 있다.)의 성 정체성 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에 주목하여 이에 대한 교육적 처방의 필요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살펴볼 두 소설은 이문열의 『선택』과 김정현의 『아버지』이다. 두 작가의 작품이 주목을 요하는 이유는 이들 두 작품의 문학적 성취에 관한 논의는 논외로 하더라도, 그것이 변화하는 현실에 대한 민감한 한 대응이었다는 점, 그리고 이들 두 작품이 모두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대중에 끼친 영향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가정에서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 분담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을 남성 작가가 그림으로써 남성중심 사회에서 지배적 시각을 어느 정도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공통된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소설의 분석을 통해 한국의 가부장제가 가장의 지위에 대해 과중한 책무를 부과함으로써 강한 남성 콤플렉스를 유도하면서 남성의 희생을 정당화하고, 그리고 사적 공간 안에서 여성의 역할을 미화하고 절대화함으로써 여성의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두 작품의 대중적 성공은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관이 어떤 식으로 유지, 관리되는지에 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것으로, 성 역할을 간접적으로 규범화하여 독자 개개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남성으로서 혹은 여성으로서 사회적 역할에 대한 내면화에 이르도록 하는 과정과 결부되어 있다. 이는 자연스럽고도 당연하게 역지는 과정 속에 있는 것이어서, 이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 교육의 장에서 일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직접적인 개입과 조정을 통한 것이 아니라 학생으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이 구성되는 지점을 응시하고도록 하고 이를 능동적으로 재구성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어야 할 것이다. 개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선택하고 유형화시키며 재구성해 냄으로써 이를 다양한 삶의 가능성 속에서 변화시키고 확장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해 성 정체성 형성과정에 자신의 성찰적 의지를 반영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여전히 사회적으로 규정된 여러 역할들과 규범, 관습들 및 이에 대한 기대치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 규정적인 구조가 존재하므로, 상호 인식의 복잡 마묘한 과정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획득하기 원하는 개인이라면 이러한 요소들을 잘 선택하고 재생산해 내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교육적 맥락에서도 수동적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능동적 주체로서의 학습자의 위상을 재정립함으로써, 자신의 삶의 환경에 능동적으로 개입해 나가게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남성 지배의 과정 혹은 자본주의 사회의 발달과 더불어 특성화된 모성애나 혹은 강한 남성상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다시 보게 하고, 문학작품이나 대중매체에서의 재현물을 통한 추체험 빛 비판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이 속한 가족과 그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능동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관여하게 하는 것의 의미는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본고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