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이 논문은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나혜석의 처녀작에 대하여 살펴본 것이다. 1917년 6월에 씌어진 나혜석의 처녀작은 우리 여성소설사에서 최초의 여성소설이 되며 10년대 우리 문학의 간과해서는 안될 성과이기도 하다. 그동안 『여자계』 창간호에 여성소설이 한 편 실려 있다는 것은 알려졌으나 그 소설이 누구의 소작인지, 그리고 그 내용이 어떤 것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필자는 20년대에 등단하여 60여 년 활동한 여성작가 박화성의 글에서 나혜석의 처녀 단편에 대한 증언을 발견하고 이 증언을 토대로 하여 나혜석의 처녀작의 실재와 그 내용을 고증하고 밝혀보았다. 나혜석의 처녀작이 실려 있는 『여자계』 창간호는 등사판과 활판 두 가지이다. 이 가운데 활판 창간호가 나혜석의 처녀작이 실려 있는 『여자계』 1호라는 것을 전영택의 글 등을 참고하여 우선 고증하였다. 다음 박화성이 증언하고 있는 작품의 내용이 나혜석의 다른 글을 말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한 결과 나혜석의 「부부」는 다른 어느 글과도 같지 않음을 밝혔다. 다음 필자는 처녀작 「부부」가 다루었다는 봉건적 유습에 희생당하는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나혜석의 글들과 이광수의 조혼의 비극 등 당시 지식인사회에 크게 영향을 미쳤던 논설들을 참고하여 살폈는데, 그 내용이 대략 '축첩'에 관련한 것이리라는 추측이 가능하였다. 한편 나혜석과 춘원 이광수가 친밀한 관계였으며 나혜석의 소설 쓰기에 이광수의 지도가 있었으리라는 전제 아래, 이광수의 10년대 소설 가운데, 봉건적 유습에 희생되는 여성의 비극을 그린 단편 「무정」과 나혜석의 「부부」를 비교하여 보았다. 이 비교는 나혜석이 다른 소설에서 보여준 소설기법으로 미루어 이광수와 어떻게 다를 것인지를 짐작해 본 것이다. 이 역시 박화성의 증언, 억울하게 학대받는 한 여성이 봉건적 유습에 희생이 된 '생활상이 재치있게 잘 그려져 있다'는 것에 근거한 추론이다. 본고의 고찰로 나혜석의 처녀작은 「부부」이며 이 소설은 1917년 6월 30일자로 발간된 『여자계』 창간호에 실렸고, 이 소설에는 억울하게 학대받는 한 여성이 봉건적 유습(아마도 축첩)에 희생되는 생활상이 재치있게 그려져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1933년에 나혜석이 장편 『김명애』를 썼다는 기록과 더불어 우리는 이제 우리 여성소설사에서 나혜석의 「부부」가 최초의 여성소설이며 나혜석이 곧 최초의 여성작가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