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본 논문은 신재효가 정리한 판소리 사설 중 변강쇠가의 여주인공 옹녀의 삶과 성에 주목한 글이다. 기왕의 논문들은 남자 주인공 강쇠를 중심으로 변강쇠가에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여주인공 옹녀에 주목하는 경우에도 그녀의 삶을 부각시키고는 있으나 옹녀의 성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해명하지는 못했다. 본고는 변강쇠가의 여주인공 옹녀의 삶과 성에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변강쇠가가 지니고 있는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자 했다. 먼저 변강쇠가에서 여중인공 옹녀를 바라보는 서술자 시선의 이중성을 밝혔다. 서술자는 조선시대의 하층민 여성으로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옹녀에게 동정적인 시선을 보내면서도 그녀의 삶 중 성적 부분만을 과장하고 왜곡하여 관음적 시선으로 교묘히 즐기고 있다. 이는 생존을 위하여 수없이 개가하는 옹녀를 조선시대 가부장제의 잣대로 ‘음녀’로 규정하는 서술자의 남성적 관점에서 비롯된다. 이런 서술자의 이중적 시선을 걷어내고 옹녀의 본다면 그녀는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조선 하층민 여성의 전형이다. 그녀는 유랑 하층민인 강쇠와의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위하여 온갖 고생을 감수하고 강쇠가 장승동티로 죽은 이후에도 남편의 치상을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 이때 그녀의 성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여 진다. 그러나 그것이 자포자기의 심정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기대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옹녀의 성은 남성들에게 일방적으로 이용당하고 착취당하는 성이 아니라 현실의 수단이며 동시에 본원적 생명력의 근원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옹녀의 성은 조선사회의 가부장적 지배이념에 분명 위배된다. 남성 중심의 질서 속에서 여성의 성적 적극성은 타락일 뿐이다. 그런데도 이 왜곡된 시선들 넘어 그녀의 성이 보여주는 삶의 적극성과 그 원천으로써의 섹슈얼리티는 옹녀를 생동하는 인물로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옹녀의 성이 자발적이고 의식적인 주체의 몸짓이라기보다 본능적인 생존의 그것이고 무의식적인 저항이라 할지라도 그녀가 보이는 삶의 원천으로서의 성에 대한 긍정이야 말로 남성 중심의 왜곡된 서술 속에서 변강쇠가가 이룩한 값진 성과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