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본고는 1930년대 중ㆍ후반에 발간된 『여성』지를 대상으로 이 시기를 규정짓는 여성 담론과 그 담론에 의해 구성된 여성 주체의 성격을 규명하고자 했다. 본고에서는 담론 형성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주체, 구성되는 주체 개념에 기반해 논의를 전개했다. 각 담론이 여성을 호명하는 방식과 그 효과는 크게 남성/지식인의 호명과 제국주의 담론의 호명으로 나뉠 수 있다. 먼저 남성/지식인에 의해 여성은 근대적 모성성의 담지자, 근대와 전통의 조화를 지향하는 현대여성으로 호명되었다. 그렇지만 지식인 남성의 신여성 담론은 욕망하는 주체로서의 여성을 타자화시키고, 모성을 여성의 고유하고 본질적인 속성으로 규정지음으로써 애초 의도했던 근대 비판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1939년 이후 여성들은 제국주의 식민 담론에 의해 호명된다. 총후(銃後)의 가정을 지키고 전시예비군인 자녀를 양육하는 여성의 역할이 중시되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적 영역의 국가화’는 여성을 제국주의 전쟁에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에 불과하다. 제국주의 담론은 ‘내선일체’라는 이름으로 더욱 강화되는데, 여기서 내지인과 조선인을 하나로 묶는 전략의 일환으로 ‘여성성’이나 ‘자매애’가 활용되기도 했다. 채만식의 『여인전기』는 제국주의 식민 담론을 서술자의 단성적인 목소리 안에 담았다. 내지(內地)와 외지(外地), 일본인과 조선인, 전방과 후방을 하나로 묶으려는 전략은 인물과 상황 설정, 서술자의 요약적, 설명적 진술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주인공 진주의 일대기는 서술자의 수정과 첨삭, 편집을 거치면서 친일적인 가계와 아들을 전장에 보낸 위대한 모성을 중심으로 서술된다. 한편 이 잡지는 여성 작가들의 작품들을 다시 수록하고 있어 당시 여성 문학의 면모를 가늠케 한다. 각 작품들은 공사 영역에서 여성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리얼리즘적으로 그리거나(강경애, 박화성), 여성의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함으로써(백신애) 여성 문학이 현실과 다양한 방식으로 접목하려 했음을 예증한다. 30년대 후반 여성 담론은 한편으로는 전시기와 같은 맥락에서 신여성을 비판하고 타자화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모성의 범주를 국가 차원에까지 확대함으로써 여성을 식민화한다. 식민지 근대의 주변성이 여성의 주변성, 타자성을 통해 드러난다는 점이 남성중심적인 시각인지 아니면 근대성과 여성성의 관계를 해명하는 전략인지는 앞으로 좀더 고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