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를 전후하여 나타난 이른바 조폭영화의 주된 경향은 남성 주인공들의 때 이른 죽음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 영화들은 대개 갓 입사(入社) 단계에 접어든 청년의 모습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이들이 진입할 세계는 남성 동성사회적 원리에 따라 운용된다. 가부장적 젠더 동학의 핵심인 동성사회성은 강력한 동성애 혐오를 내세움으로써 동성애와의 연속성을 억압한다. 그러나 조폭영화에서는 억압을 위한 안전장치인 여성의 역할이 현저히 축소되어 있어 남성 인물의 동성사회적 판타지가 한층 뚜렷이 드러난다. 청년 남성들은 억눌린 동성애적 욕망 뿐 아니라 가족 로망스로서의 성격까지 지닌 이 판타지로 인해 여성화되고, 결국 시스템에 대한 부적응자로서 죽음을 맞는다. 조직폭력의 세계에 입사한 청년들이 속한 세계는 필름누아르 스타일의 비정한 도시 공간으로 시각화된다. 그들은 순진한 가족주의에 입각한 유대가 더이상 불가능해진 누아르적 세계에 자신들이 속하게 되었음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향수의 정서와 연결된 멜로드라마적 감정 과잉의 태도를 보인다. 따라서 청년들의 죽음은 시대착오적 인식으로 인한 낙오이자 처벌이 된다. 그러나 이 죽음들은 오염된 세계에의 편입을 거부하면서 진정성과 순수함을 내세우는 ‘요절’로서의 속성을 동시에 지니면서 양가성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즉, 1990년대 후반기 조폭영화에 나타난 남성들의 죽음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시작을 맞닥뜨린 청년들이 지녔던 감정의 구조가 누아르적 세계에 대한 멜로드라마적 인식을 통해 영화화된 사례인 것이다.
The main trend of the so-called ‘Jopok’ movie(Korean gangster movie) that appeared during the financial crisis around 1997 can be summarized as untimely deaths of heroes. These films usually begin with a scene where a young man just joins a gang and the world he is entering is operated by the principle of male homosociality. As the key of the patriarchal gender dynamics, homosociality suppresses his continuity with homosexuality by claiming strong homophobia. Yet, in ‘Jopok’ movie, the female role as a safety device for the suppression is remarkably reduced, so the male characters’ homosocial fantasy appears more clearly. Young men are feminized due to this fantasy characterized by a suppressed homosexual desire and even a family romance, and encounter a death as ones maladjusted to the system. The world to which the young men who entered a world of organized violence belong is visualized as a cold-hearted urban space in film noir style. They do not realize that they came to belong to a noirish world where fellowship based on naive familism had no longer been possible and show an excessive emotional melodramatic attitude connected to the feeling of nostalgia. Thus, the young men’s deaths are a fall and punishment due to their anachronistic recognition. Yet, these deaths create ambivalence characterized by ‘premature deaths’ by which they insist on authenticity and purity refusing to go into the polluted world. In other words, the young men’s deaths in the films in the second half of the 1990s are cases of the cinematization of the structure of feeling they came across the beginning of the neoliberal era through their melodramatic understanding of noirish world.
김경욱, 블록버스터의 환상, 한국 영화의 나르시시즘 , 책세상, 2002, 149쪽.
김경욱, 나쁜 세상의 영화사회학 , 도서출판 강, 2013, 270∼272쪽.
김홍중, 마음의 사회학 , 문학동네, 2009, 38∼40쪽.
레이먼드 윌리엄스, 마르크스주의와 문학 , 박영률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2009, 211쪽.
린 헌트, 프랑스 혁명의 가족 로망스 , 조한욱 옮김, 새물결, 1999, 273∼274쪽.
벨라 발라즈, 영화의 이론 , 이형식 옮김, 동문선, 2003, 177∼178쪽.
우에노 치즈코,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 나일등 옮김, 은행나무, 2012, 35∼36쪽; 301쪽.
알랜 실버․제임스 어시니 편저, 필름느와르리더 , 이현수․장서희 옮김,본북스, 2011, 86∼87쪽; 98쪽.
지그문트 프로이트,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 김정일 옮김, 열린책들,2003, 200쪽.
토마스 샤츠, 할리우드 장르의 구조 , 한창호․허문영 옮김, 한나래, 1994,1∼478쪽.
피터 브룩스, 멜로드라마적 상상력 , 이승희․이혜령․최승연 옮김, 소명출판, 2013, 1∼358쪽.
Eve Sedgwick, Between Men, Columbia University Press, 1985, p.1.
곽현자, 「조폭 영화의 사회 심리」, 언론과 사회 17권 4호, 2009.
문재철, 「포스트-코리안 뉴웨이브 영화에 나타난 과거의 이미지: 이중인화의 크로노토프와 정체성의 재형성」, 영화진흥위원회 우수논문 공모 선정 논문집 , 영화진흥위원회, 2002.
박성수, 「가족의 알레고리」,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엮음, 쌈마이 블루스 , 이가서, 2004, 65쪽; 105∼106쪽.
박지연, 「1990년대 이후 한국 멜로드라마 영화의 변화」, 영상예술연구 4집, 2004, 167∼197쪽.
백문임, 「한국영화의 복고, 남성, 멜로」, 문학 판 2호, 2002.
신미나, 「「초록 물고기」에 담긴 한국적 필름 느와르의 특징」, 서강커뮤니케이션즈 1집, 2000.
유지나, 「조폭코미디, 그들만의 리그-남성 판타지 연구」, 영화연구 18호,한국영화학회, 2002, 90∼48쪽.
이호걸, 「신자유주의적 국가/시장의 재편과 한국 조폭영화」, 영화예술연구 21집, 2012, 225∼255쪽.
이호걸, 「조폭영화의 성찰성과 「넘버3」」,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엮음, 쌈마이 블루스 , 이가서, 2004.
정승화, 「근대 남성주체와 동성사회적 욕망」, 연세대 비교문학 석사학위논문, 2001.
정한석, 「‘한국적 느와르’에 관한 비평담론 재 지형화 제의」, 영화문화연구 5호, 2003, 83∼137쪽.
조은정, 「한국 액션 영화의 연약한 남성들」, 영화문화연구 1호, 1999.
주유신, 「눈물과 폭력-남성 멜로와 액션에서의 남성 정체성과 육체」, 영상예술연구 8호, 2006, 61∼89쪽.
Vivian Sobchack, ‘Lounge Time’, Refiguring American Film Genres,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8, p.130; 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