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본 연구는 고정희가 전 생애에 걸쳐서 천착해온 여성주의 창조적 자아의 궤적을 추적하고 있다. 특히 1980년대 한국사회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사회운동과 사회문화적 담론이 그의 다양한 글쓰기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으며 결과적으로 그의 시 창작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948년 해남 농가에서 출생한 고정희는 유년시절과 독학으로 공부한 청소년기, 그리고 『월간 해남』 기자를 거쳐 1970년 광주 YWCA에서의 프로그램 간사,1975년 한국신학대학 입학, 1979년 <목요시> 동인활동을 거치면서 자신의 창조적 자아를 다방면으로 훈련해 나갔고 문학적 역량을 축적해 나갔다. 그러나1980년 5월 18일 광주항쟁이후 그의 창조적 자아는 이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변화 발전해 나갔다. 특히 1984년부터 1991년까지 약 7년 동안 창립동인으로 참여한 [또 하나의 문화] 1)활동은 그의 여성주의 의식을 발전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고정희는 1987년 또문 동인지 3호 『여성해방의 문학』 좌담에서 여성문학가들에게 “문학적 수업과 페미니즘 의식을 동시에 길러가는작업”이 요구된다고 주장하였다. 1991년 6월 8일 생애 마지막 공식 자리인 [또 하나의 문화] 월례논단에서고정희는 자신이 기독교, 민중, 여성이라는 세 개의 주제를 껴안고 씨름했다고말하였다. 그 결과 이 세 주제가 하나로 융합되어 한국문학사에서 최초로 등장하는 “모성-신”을 제9시집 『광주의 눈물비』 제2부 「눈물의 주먹밥」에서 “어머니 하느님”이라는 혁신적인 상징기호로 창조해냈다. 따라서 “어머니 하느님”은 고정희의 시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세 개의 화두, 수유리(기독교), 광주항쟁(민중), [또 하나의 문화](여성)이 하나로 어우러져 고정희 여성주의 창조적 자아가 닻을 내린 지점의 형상화이다. 고정희의 죽음은 “살아있는 자들에게 수많은 성찰과 반성의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고 평가받고 있는데 이는 고정희가살아온 열정적인 삶의 태도, 고행의 수도승을 닮은 삶의 방식, “어머니 하느님”을 창조해 낸 혁신적인 시적 상상력 등이 우리들에게 끼친 영향의 결과이다. 이러한 그의 여성주의 창조적 자아의 발전과정은 1980년대 한국사회의 다양한 사회운동과 사회문화적 담론의 산물이며 그 결과 한국문학사에서 고정희를 여성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또 개척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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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 외, 너의 침묵에 메마른 나의 입술 , 도서출판 또 하나의 문화,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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