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본고는 유신체제하에서 제작된 영화 ‘특별수사본부’ 시리즈를 통해 1970년대 영화검열과 반공, 그리고 섹스의 불안한 공모관계를 구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주 분석대상은 ‘동아방송’의 다큐멘터리 드라마 「특별수사본부」의 에피소드를 극화한 영화 특별수사본부 시리즈 일곱 편으로, 이 시리즈는 1970년대 영화정책과 유착되어 있을 뿐 아니라 반공영화 제작을 지원하고 그 중 상당수를 우수영화로 선정해 포상하던 당대의 특수한 상황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런데 당국의 지속적인 지원 외에도, 특별수사본부 시리즈가 단기간에 계속 제작, 개봉 될 수 있었던 근간에는 톱스타의 출연 및 관객의 지속적인 호응이 있었다. 이처럼 특별수사본부 시리즈는 유신 이후 한국 영화계의 변화와 관객의 동향을 함께 대변하고 있었다. 주목할 점은 특별수사본부 시리즈에는 반공이라는 ‘의도’가 담겨있을 뿐 아니라 동시대 관객의 취향에 부합하는 ‘재미’가 있었으며, 그 재미는 간첩들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액션 활극 외에 기구한 운명을 지닌 여인의 사랑과 수난사를 통해 구축됐다는 점이다. 영화는 라디오 드라마를 스크린으로 옮기면서 통쾌한 액션 장면과 함께 노골적으로 당대의 섹스심볼이 연기하는 여간첩의 육체를 부각시킴으로써 관객의 볼거리를 충족시켰다.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본고에서는 시리즈 중 여간첩을 전면에 내세운 다섯 편(「기생 김소산」, 「여대생 이난희 사건」, 「배태옥 사건」, 「김수임의 일생」, 「구삼육 사건」)의 공통된 문법을 세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고찰하고, 이어 이 시리즈와 70년대 ‘호스티스 멜로드라마’와의 접점, 그리고 그 지점에서 파생되는 반공영화로서의 과잉을 규명했다. 결론적으로 특별수사본부 시리즈는 영화 전반에 상업주의적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지만, 심의 과정에서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빈번하게 우수영화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반공의식을 고취하겠다는 애초의 의도는 대중의 취향에 맞게 각색되는 과정에서 후경화됐고, 퇴폐풍조의 근절 의지가 강조되는 와중에도 반공영화의 상업적 의도는 복잡한 검열 과정 속에서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곧 이 시리즈는 해방기 여성 스파이를 무력한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묘사함으로써 냉전체제하에서 형상화된 스파이의 치밀하고 전략적인 이미지를 삭제하고 여성 스파이가 가질 수 있는 불온성을 무력화시키는 서사를 반복했다. 그러나 스파이의 육체를 부각시키고 당시 인기가 있던 호스티스 멜로드라마의 문법을 차용한 결과, 반공영화는 상업영화와의 차별점을 구축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70년대 반공 논리의 한계를 입증하고 당대 통치체제의 한계를 기입하는 불온함을 드러냈다. 그 결과 영화는 반공과 검열, 그리고 불온한 섹슈얼리티가 기묘한 형태로 공존하는 양상을 보여주게 됐다. 유신체제의 지향점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다고 평가받았던 영화 특별수사본부 시리즈는 (무)의식적으로 그 통치전략의 틈을 여실히 제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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