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조선에서 아일랜드 및 인도(문학)의 호명은 식민지 조선의 근대(문학) 건설의 문제와 직접적으로 결부된다. 식민지 시기, 타 식민지 문학에 대한 조선의 이해방식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인도 방식, 아일랜드 방식, 중국 방식, 대만 방식으로, 인도 방식은 사상(정치) 중심으로 사고하는 방식이며, 아일랜드 방식은 ‘문학’ 중심으로, 특히 세계문학적 시선으로 식민지 문학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인도 방식에는 사상(정치) 유형(1유형)과 문학 유형(2유형), 사상과 문학을 둘 다 거부하는(3유형) 세 가지가 있었다. 1 유형에서 타고르는 사상가, 철인, 종교가로 수용되었으며, 서양 또는 근대문명을 극복할 수 있는 기표 그 자체였다. 식민지 조선은 ‘동(東)’에 대한 두 가지 해석을 보여 주었는데, 오리엔탈리즘적 의미의 ‘동양’과, 동·서양 문명의 ‘지양’으로서의 ‘아시아’가 그것이다. 1 유형에서는 주로 후자가 목도되었으며, 근대문학은 ‘민족’을 너머 ‘세계문학’을 설정하는 가운데 상상되었다. 2 유형에서는 타고르의 시를 한국적 서정시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좀더 구체적으로 이루어졌다. 식민지 조선은 ‘님’을 ‘연애’의 상대자로 번역·수용하기보다 ‘조국’ ‘민족’ ‘국가’ ‘하느님’ 등으로 확대 수용하였다. ‘근대문학 상상’의 장치는 ‘민족’ ‘국가’ 범주였고, 그 범주에 고착되어 전유한 결과 오독, 오해 등의 오류를 범하였다. 여기서는 젠더화도 목도되었다. 감각이 ‘여성적’인 것으로, ‘서양=남자’ ‘동양=여자’의 성적 은유를 드러내면서 젠더화 되어 있었다. 3 유형에서는 부정적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변영만은 타고르의 사상과 문학을 둘 다 거부한 특이한 사례에 해당한다. 타고르의 사상과 문학, 행적에 개입된 ‘식민성’ 때문이었는데, 핵심은 사람, 사상, 시 모두 진실성이 부족하고 실질이 없다는 것이었다. 변영만의 식민성 비판은 2 유형과 달리 ‘민족’ 범주에 고착되어 있지 않았다. ‘서양이 타자화한 동양’을 수용하지도 재타자화 하지도 않으면서 탈식민성을 보이지만, ‘민족적 개성’에 입각한 ‘조선적 근대’ 및 근대문학 구상은 중세의 보편적 이념체계였던 한문체에 기반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미 그 한계를 내포하는 것이었다. 1, 2 유형에서는 ‘서구적’ 근대(성) 및 근대문학이 인정되었으며, 3 유형에서는 부정되었다. 하지만 1, 2 유형도 오리엔탈리즘 수용 여부와 관련해서는 차이가 있었다. 1 유형에서는 오리엔탈리즘이 목도되지 않았지만, 2 유형에서는 오리엔탈리즘이 목도되었다. 또 1, 2 유형은 기본적으로 젠더화 되어 있었다. 2 유형이 ‘성적 은유’를 통한 젠더화를 드러냈다면, 1 유형은 ‘비젠더적’ 젠더화를 보여 주었다. ‘비젠더적’ 젠더화란 ‘남성중심적 인식론’에 토대해 세계-보편-인간-민족 등을 ‘자연스럽게’ ‘남성(성)’으로 상정하는 것이다. ‘서구적 근대’ ‘지향’적인 1, 2 유형이 ‘젠더화’ 되어 있었다는 것은 ‘서구적 근대’의 젠더가 ‘남성’임을, ‘서구적 근대’와 ‘여성젠더’는 양립적이지 않음을 재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세 유형은 민족문학, 세계문학, 지방문학의 관점에서도 다층적 역학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상을 정립하고자 모색하였다. 1 유형에서는 세계성(세계문학)과 대등한 지방성(조선 근대문학)이 인정된 반면, 2 유형에서는 오리엔탈리즘을 보이면서 서구적 근대문학이 일방적으로 추종되면서, 지방성과 세계성이 위계적 구도 하에 위치지어졌다. 변영만의 경우 민족적 개성에 입각한 근대 조선문학으로서의 세계문학을 강조했지만, 중세 한문체의 선택은 ‘근대성’과 ‘탈식민성’의 착종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식민지 조선의 특수성에 기반한 ‘새로운 세계성’을 창출하고자 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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