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식민지 시대 여성의 이혼 청구는 급격하게 증가하여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었다. 이혼은 신여성들의 퇴폐와 방종을 비난하기 위한 적절한 소재로 부상했다. 특히 이혼의 원인을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연관하여 문제 삼음으로써 결혼 제도를 이탈하거나 부정(否定)하는 여성들을 비정상성, 부도덕성으로 단정하고 그 사회적 위상과 주체로서의 정치성을 거세 또는 배제하였다. 식민지 조선 사회에서 이선희의 소설은 법과 제도에서의 젠더 평등을 요구했다. 이선희는 당대의 사회에 만연한 젠더 정의의 실현 불가능성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지를 문제 삼고 있으며, 그에 따른 젠더 불평등을 여성의 일상을 통해 고찰하고 평등의 재정의, 재분배를 요구한 것이다. 따라서 이선희 소설 속 여성인물들은 정치적 주체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몫이 없는 자들을 스스로 재현해내면서 사회 공동체 내에서 인지되지 않은 영역을 보이게 하고, 배제되어 있었던 존재들을 불러들여 그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선희 소설은 여성의 이혼 청구권을 소재화 함으로써 비가시적으로 강화되었던 젠더 불평등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또한 여성인물을 통해서 여성의 관점으로 포착한 근대 결혼법의 모순과 법의 한계를 비판함으로써 정치적 주체로서의 여성을 재현해내었다. 이는 개인적 주체로서의 여성에 한정된 문제의식을 넘어서는 것이며, 남성적 담론으로 인식되어 온 법률을 적극적으로 차용함으로써 젠더 정의의 실현 의지를 밝힌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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