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logo

Women's Discourse and Poems of New Women in the Women's World

Feminism and Korean Literature / Feminism and Korean Literature, (P)1229-4632; (E)2733-5925
2000, v.0 no.4, pp.53-75

Abstract

본고는 1917년 발간된 최초의 여성 잡지인 『여자계』를 중심으로 신여성 담론과 시작품을 살펴 본 것이다. 1920년대의 여성 잡지들로는 『여자계』를 비롯하여 『신여자』 『여자시론』 『신가정』 등이 발간되었는데 이들 잡지의 공통되는 특징은 주로 여성을 새롭게 교육하기 위한 논단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는 점이다. 여성 교육을 주장하는 필진들이 대부분 남성들인 점으로 미루어 보아 그 당시 신여성 담론을 이끄는 주체에 해당하는 신여성은 소수에 불과하며, 이러한 활동에 참여하고 호응할 수 있는 신여성의 수도 그리 많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 중 『여자계』는 다른 여성 잡지들과 비교하여 문학작품이 고루 실려 있는 편인데, 본고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시작품을 텍스트 삼아 신여성 담론과 결부시켜 다루었다. 1917년 동경여자유학생친목회를 통해 발간된 『여자계』는 우리 나라의 최초의 여성 잡지라는 의의도 있지만, 그 동안 침묵을 강요받았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집약하여 담아낼 수 있었던 중요한 매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남성들이 잡지 발간을 주도하였으며, 남성적 프리즘을 통해서 여성들의 목소리를 지배하고 있는 아쉬운 점도 묶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계』의 발간은 여성들의 독자적인 능력으로 언로를 개척하였다는 점에서, 또한 여성 스스로 인간임을 자각하고, 여성 자신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대부분의 남성 필자들은 주로 여성들의 자각을 촉구하고 근대 교육 문제나 여성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철저한 남성 중심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음이 확인된다. 『여자계』에 드러난 남성들의 담론은 여성 교육과 현모양처론에 집중되었다. 일제식민 통치 아래 여성의 교육은 식민지 교육의 목표인 조선인을 지배하고 통치하기 위한 황민화, 우민화 교육의 일환으로 변형되었다. 이러한 식민 교육의 특성은 여성들에게 전통적인 여성성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전개되었다. 여성 자신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거나 지위 향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의 문명 개화를 위해 여성을 계몽시켰던 것이다. 특히 여성 교육의 중요성은 자녀 양육과 훌륭한 2세를 길러 내는 여성의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더욱 강조되었다. 교육을 통한 현모양처 만들기는 남성들의 확고한 의지였으며 여성을 어머니의 역할과 자녀 양육으로 한정시킨 것이다. 또한 근대적인 모성성을 강조하기 위해 모성교육이 강조되었는데, 여성을 아내와 어머니로 규정하는 현모양처 주의는 1930년대 말로 갈수록 강화되어 현모양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신여성들이 심하게 비판을 받았다. 신여성들도 남성들이 강요하였던 현모양처 이데올로기는 다른 억압적 기제에 비해 비교적 수용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광수는 끊임없이 여성의 자각과 근대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였지만 근대 교육을 받은 신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것에는 동조하지 않고, 교육받은 여성들이 가정으로 돌아가 현모양처가 되어야 한다는 모순된 주장을 펼쳤다. 『여자계』에 실린 그의 시 「어머니의 무릎」은 그러한 주장을 은유로 표현해 보인 것이다. 『여자계』에 나타난 남성과 여성들의 공통된 담론들은 자아 각성과 개성적인 삶, 즉 여성도 개성을 존중받으며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자유와 평등사상에 입각한 내용이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개성적인 인간 삶의 추구를 위한 교육과는 거리가 먼 현모양처 교육이나 모성 교육에 국한하여 목소리를 높였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여성의 자아 각성을 촉구하고 개성적인 삶을 독려하는 담론들이 『여자계』의 지면을 충실하게 채우고 있다. 즉, 여성의 자아 각성과 개성적인 삶을 주장하는 글들은 남성과 여성이 같은 견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도 남성 필자들이 대부분의 지면을 차지하지만, 일상생활을 통해서 깨달은 여성들과 일본 유학 시절 일찍이 서구 문물을 받아들인 신여성들은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관에 근거하여 ‘여자도 사람’이라는 자각을 당당히 표현하고 있다. 이렇듯 여성의 자아 각성과 개성적 삶에 대한 촉구는 남녀가 공통되게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다름아니라 그 당시 억압받는 여성들에게 새로운 자각을 통하여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게 하기 위한 한 목소리의 제언이기도 하다. 근대적 정신은 인간 개인을 중시하는 개인주의와 인간 이성을 기반으로 한 합리주의를 포함한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돈에 대한 경제주의도 큰 몫으로 작용한다. 여성들의 담론에는 여성 개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개인주의와 직업과 경제적 자립을 중시하는 경제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일제 식민지 정책의 여러 사회적 기제들은 신여성에게 일정한 근대적 여성성을 요구하였다. 근대적 사상은 합리적 개인이라는 인간에 기초한 것으로 이를 받아들인 신여성들은 여성이 우선 하나의 개인으로서, 인간으로서, 자유와 평등한 권리를 가지기 때문에 결혼에서의자유 선택, 평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 사회에서 일할 권리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여성 해방이나 여성 자각이라는 신여성 담론은 현실적, 제도적으로 반영되지 못하였던 것이 실상이다. 이는 식민 국가의 법적 제도하에서 여성의 위치는 조선조의 종법제도하의 여성의 위치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에서도 입증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담론의 변화는 곧 그 사회의 변화를 읽는 척도가 된다는 점에서 신여성 자신들의 담론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나혜석은 여성도 하나의 인격을 가진 인간임을 깨닫고 시대에 항거하며 가부장제에 첫 도전을 감행한 실천적 신여성이었다. 그 모험과 실천의 각오의 일단을 보여주는 시작품이 바로 『여자계』에 실린 『빛』이다.

keywords

Feminism and Korean Litera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