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최근 TV드라마의 한 특징은 강력한 악인들이 매혹과 선망의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인데, 이를 ‘악의 미학화’ 현상이라 볼 수 있으며, 그 한 예로 「미스티」의 고혜란을 들 수 있다. 본 논문은 고혜란이라는 인물 분석을 통해 그녀가 자신을 악녀로 위치시키면서 세상과의 대결 과정에서 행하는 인정과 성공, 생존과 존재증명을 위한 여성캐릭터의 주체화 방식을 살펴보고, 그것의 미적 효과와 사회적 의미를 탐색한다. 이 드라마에서는 여자주인공이 범인인가 아닌가, 악녀인가 아닌가의 의심과 의혹이 서사 전체를 끌고 가는데, 여기에는 혜란이 행사하는 이중적 가면의 전략이 핵심적 서사 기제로 놓여 있다. 혜란은 여성성과 위악성의 이중적 가면을 통해 여전히 성공과 권력, 명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남성들의 보복(케빈 리의 치정 복수/케빈 리 살해 용의자라는 의혹)에 맞서 싸워나간다. 이러한 이중적 가면의 전략은 그녀가 남성지배사회에서 자신의 위험을 감추면서 드러내는 의식적․무의식적 수행 전략이다. 이는 공적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그녀가 남성들에 의한 사회적 처벌을 피하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영리한 방책이다. 문제는 우리가 결국 그녀의 진실이 무엇인지, 그녀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결코 알 수 없다는 것이며, 그녀가 구현하려는 것이 자신의 권력욕인지 사회정의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그녀는 스스로를 불확실하고 모호한 분열적 주체로 만들어 자신을 사랑과 욕망의 대상으로 위치 지운다. 남편 태욱이 혜란을 케빈 리 살해용의자로 만들어놓고 그녀를 구해내려 애쓰는 것은 자신의 손에 들어오지 않는 혜란에 대한 지배와 통제의 욕망이다. 그러나 태욱의 사랑이라는 이름의 지배와 통제는 완전한 실패로 나아가며, 그 불가능성을 보여준다. 혜란은 결코 태욱의 지배와 통제 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녀는 결혼과 남편을 이용하면서도 끝내 가정 영역 안으로 귀속되지 않으며, 그 지배 질서에 갇히지 않는다. 혜란은 그렇게 남성적 지배와 통제를 넘어 매혹적 악녀로 위치한다.
제인 극본, 모완일 연출, 「미스티」, 16부작, JTBC-TV, 2018.2.2.∼2018.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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