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본풀이는 신들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로 신화적 서사이며,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의례를 전제로 구송되었다는 점이다. 즉, 주로 신화 서사로서 문학 연구의 영역에서 논의되는 본풀이의 의미작용은 실제로는 그 다층적인 층위들을 고려하여 분절하고 다시 통합하는 과정에서 완결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차사본풀이〉를 중심으로 하는 삶과 죽음의 서사에서 신격으로 좌정하여 그 신화성을 구현하는 주체는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주체인 강림이다. 제의적인 측면에서 이는 임시로 삶의 공간에서 열린 제의의 공간으로 오가는 신격들의 유비로도 이해된다. 그런데 저승으로 가는 문을 열고 이동의 주체가 되는 것은 강림이지만 그것을 가능하도록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강림의 부인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다시 말해 신화적 변형의 주체, 즉 서사의 신화성을 생성하는 인물로서 강림 부인에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강림의 부인은 준거의 주체로 삶의 공간을 지키며 강림을 기다리는 피동적 존재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동의 행로는그 앎을 전달해준 강림의 부인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며, 그러므로 강림 부인은 단순히 기다리고 희생하는 조력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의미의 신화적 공간 생성 주체가 된다. 그러므로 죽음을 거슬러 삶의 공간에 이르는 판타지성만이 신화성의 기반이 아니라 일상의 행위들이 가지는 제의적 속성이 신화성의 기반이 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일상이 가진 제의성을 소환하고 강림 부인을 통해 이와 관련된 삶의 국면 즉, 제주와 여성적 삶의 파롤을 소환한다. 가장 변방의 삶으로부터, 여성의 삶으로부터, 제주의 말로부터, 사소한 이야기들로부터, 지나간 경험의 재현으로부터 〈차사본풀이〉의 신화성이 구축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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