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본 연구는 조선 후기 이모 대상 기록을 토대로 이모에 대한 관계 규정과 인식, 감성을 살펴보고 친족으로서 이모의 위상과 의미를 드러내고자 한다. 모계친에 대해서는 부계친에 비해 친족으로 인정하는 범위가 협소하였고 제도적으로도 의(義)의 실천에 대한 부담이 가벼웠다. 이모는 모계친 가운데에서도 다른 집안에 편입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외친의 경계에 놓이게 되지만, 모친의 동기로서 정(情)에 기반한 관계로 친밀하게 인식되었다. 이모 기록에서 이모가 환기하는 모성은 자식의 도리로 응답해야 하는 것이라기보다 모친과의 관계성을 전제로 한 향수이자 감성의 성격을 지닌다. 이러한 특성은 이모 대상 글에서 그 굴곡진 삶을 규범적으로 의미화하는 대신 인간적인 시선과 안쓰러운 감정으로 생애를 기억하게 한다. 감정적 이해와 공감 역시 가능하게 하는 친족의 위치에 이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모는 정이 두터울뿐 이질적 친족이다. 이러한 이중적 정체성은 여성의 경험을 가공되지 않은 형태로 보여줄 수 있는 틈을 마련한다. 이모 기록에서 서술되는 끈끈한 자매애, 친정에 대한 부조, 시가와의 갈등, 규문 밖 세상을 향한 염원, 문식에 대한 두려움 등은 이모에 대한 의리상의 ‘거리’가 존재했기에 노출될 수 있었다. 이모는 유사 모성으로 의미화되고 정서적으로 긍정되었으나, 그 모성이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받지 못했다. 이를 통해 친족의 위계 내에서 모성의 이미지로만 소비될 뿐 권력을 갖지 못하는 지점에 존재하고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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