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본고는 한국 페미니즘 대중화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진 SF와 페미니즘의 동시대적 조우에 주목한다. 한국의 SF 작가들이 페미니즘의 정치적, 이론적 논의와 문화적 풍조를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면,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해 사유하는 SF 텍스트를 페미니즘 논의의 반영일 뿐만 아니라 페미니즘 논의에의 기여로서 적극적으로 독해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본고에서는 두 편의 SF 중편소설 김보영의 「얼마나 닮았는가」(2017)와 듀나의 「두 번째 유모」(2017)를 독해한다. 김보영의 「얼마나 닮았는가」는 성차별이 온존하는 미래의 한국 사회를 인공지능 화자의 시선을 통해 낯설게 함(defamiliarization)으로써, 동일성의 폭력에서 벗어나 차이를 긍정하는 데 젠더에 대한 인식이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듀나의 「두 번째 유모」는 아버지의 폭력성으로 인해 균열이 난 기존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욕망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새로운 삶의 조건을 찾아 나서는 모험 서사의 주인공으로 소녀를 내세우면서 새로운 주체성을 형상화하고, 세계의 안티‐오이디푸스적 재편을 꾀한다. SF가 그리는 세계는 그 배경이 연대기 상으로 미래이던, 과거이던, 현재이던지 간에 단 한 번도 도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언제나 잠재적인 위상을 가지며, 미래를 향해 있다. 이러한 SF의 잠재성/미래성은 차별이 온존하던 과거를 의식하면서 차별이 사라진 더 나은 미래를 열망하는 페미니즘의 동시대적 시간성과 교차하면서 페미니즘 대안 세계를 생성한다. SF의 잠재적인 대안 세계는 현재 현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미래의 결정에 비판적으로 개입할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힘을 갖는다. 이와 같은 SF의 장르적 특성이 작가들, 독자들 모두에게 젠더 권력관계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페미니즘의 주요한 자원이자 방법으로 인식됨에 따라 ‘한국 페미니즘 SF’의 저변이 확장되고 있다.
김보영, 「얼마나 닮았는가」,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 한겨레출판, 2017, 163-2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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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h.yes24.com/Article/View/39497 (접속일: 2020.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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