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본고는 조선 후기라는 중세 질서의 해체 시기 속에서 ‘열(烈)’이라는 여성 윤리가 절대화하고 있음을 열녀전(烈女傳)의 여성 재현 양상을 통해 살펴보고, 그 속에서 여성의 몸이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를 고찰하기 위해 시도되었다. 먼저 2장에서는 조선 후기의 열녀전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서술 단락을 순차적으로 따라가며 열녀전에 입전된 여성 인물의 생애를 살펴보았다. 열녀전 여성 인물의 행위 유형은 대체로 고정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열행 이전 부분의 서술 단락에서는 열녀전의 여성 인물이 열녀로서의 정체성을 갖기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열녀가 될 만한 강하고 의지적인 성품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었다. 열행을 실천하는 부분의 서술 단락은 열녀전의 여성 인물이 열녀로서의 정체성을 획득하는 부분으로, 남편을 희생적으로 간호하는 모습과 남편을 따라 죽는 모습이 묘사되고 있다. 3장에서는 열녀전에 나타난 여성의 몸에 대한 문제를 다루어 보았다. 열 윤리는 고도의 정신적 가치이지만, 그 가치가 실현되는 것은 여성 몸의 경험과 실천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 신체가 남편의 간병을 위해 사용되는 국면에서 여성의 몸은 순종하는 몸으로 형상화되고 있으며, 여성의 신체적 감각과 고통이 無化되어 서술되는 양상에서 여성의 몸은 자신의 감각과 고통을 말하지 않는 침묵하는 몸으로 나타났다. 남편의 사후 여성 인물은 자신의 용모를 훼손하고 음식을 먹지 않는 拒食 행위를 통해 신체에 죄의식을 각인하고 있었으며, 여성 노동의 양상과 노동의 소외를 통해 여성이 노동하는 몸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4장에서는 조선 후기 열녀전이 남성 작가들이 전형적으로 여성을 재현하는 문학 장르였으며, 그 속에서 열녀의 입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은 조선 후기의 가부장 이념이었음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창작된 열녀전의 사회적 재생산의 효과는 여성들에게 죽음을 암묵적으로 권장하여 내면화하게 만들었으며, 죽음에 대한 강박증을 갖게 하였음을 실제 여성의 유서를 통해 증명하였다. 5장에서는 조선 후기 열녀전이 가지는 여성 문학적 의의를 살펴보았다. 조선 후기 열녀전은 강한 남성 중심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텍스트이다. 그러나 그러한 텍스트 자체의 성격으로 인하여 오히려 고전 여성 문학의 영역을 재범주화하고, 고전 문학에 있어서 여성주의적인 문학연구의 시각을 재정의할 수 있게 해주는 조직적 중심으로서의 의의가 있다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