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우리시의 경우, 90년대 들어 비로소 ‘여성적 글쓰기’가 부상하게 되었다. 확실히 90년대 여성 시인들은 과거에 비해 여성의 정체성 혹은 여성의 언어에 대한 탐색과 물음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본고에서는 여성주의 시의 정체성과 방향을 점검해보고자 하는 기획 아래 1) 여성 시인들의 텍스트 속에 그려지는 여성적 언술의 특징은 무엇인가? 2) 그러한 언술로 발화하는 여성 시인들의 텍스트는 어떠한 현실 인식과 시인의 내면을 재현하며 어떠한 가치나 이상을 계시하는가? 라는 물음을 중심으로, 90년대 여성사를 대표하는 언술 전략들을 갈래화해 보았다. 그 결과, 사회ㆍ자연ㆍ신화와 같은 외부적 현실 속에서 여성의 정체성을 찾아내려는 통합 지향의 언술 전략(아이러니컬한 풍자, 자연친화적 서정, 알레고리적 서사)과, 욕망ㆍ무의식ㆍ공포 등으로 가득찬 여성의 내면 안에서 여성의 정체성을 구현해내려는 내적 분열의 언술 전략 (독백과 대화의 말건넴, 비약과 지연의 환상, 가학과 피학의 그로테스크)으로 그 양상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여성시의 언술 전략을 탐색해가려는 이러한 과정은, 여성의 경험을 여성의 눈으로 복권시키면서, 여성들의 목소리와 정체성을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가치를 제한하고 격하시키는 남근중심적 사고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여성 자신들의 분노를 창조력의 근원으로 전환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본고에서 살펴본 다양한 언술들은 남근중심적인 상징계에 해체적인 비판을 가함과 동시에 여성적 글쓰기의 발견을 위해 다양한 언술 전략을 고안해낸 90년대 여성 시인들의 노력의 소산물이다. 그리고 여성적 글쓰기의 이 같은 약진이야말로 우리 시단에서 ‘여성’이 시적 인식의 전망과 모색의 주체로 자리잡아 가는 일련의 확인들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