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청맥』이 제시한 제3방안의 탈냉전지(知)는 크게 얄타체제 및 자유/빵의 이분법비판, 자주적인 내포적 공업화, 문화식민론의 극복이라는 세 축으로 집약되었다. 최종심급은 민족모순(분단, 평화 통일)이었다. 『청맥』은 평화통일을 언급한 최초의 종합교양잡지(월간)였다. 정치기획의 첫 번째 특징은 ‘얄타체제를 거부하면서 트랜스내셔널/트랜스로컬의 관계를 재사유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는 점이다. 『청맥』의 탈식민 주체성은 ‘저항적 아시아민족주의’로서 반둥정신을 반영하고 있었다. 『청맥』의 리저널리즘은 자주적 민족주의와 결합한 것이어서, 자유민주주의인 『사상계』의 저항담론 또는 박정희정권의 민족적 민주주의와 차이가 있다. 정치기획의 두 번째 특징은 ‘빵/자유’라는 이분법을 거부한 점이었고, 세번째 특징은 미국을 전면 부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극적 반미로서, ‘실질적인 우방개념을 설정하여, ‘공존 시대의 우방’ 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피력하였다. 『청맥』은 발전론이 함유하고 있는 신식민주의적, 제국주의적 성격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50년대 이승만 정권 및 『사상계』와 방법론 상에서 차이를 보였다. 『청맥』의 발전론은 발전론 자체의 속성과 다르게 반제·반식민을 확인시켜주었다. 『사상계』가 국가주도의 산업화 정책을 추구하면서 미국 원조 및 차관을 기초로 한 경제개발계획을 정책적으로 삼았다면, 『청맥』은 위 정책의 경제적 종속성, 매판성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자주적인 내포적 공업화를 강조하였다. 이는 70년대 민족경제론으로 이어지는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화기획에서는 ‘민족성론’으로부터 출발하여 ‘문화식민론 극복’ ‘민족문화론’ ‘근대의 기점’ 문제로 이어지는 기획을 펼쳐 보였다. 식민문화를 트랜스내셔널/트랜스로컬의 관점으로 접근하면서 역사적 형성물로 자리매김하고, 특히 ‘발전’의 관점에서 이를 재사유하고 있었다. 민중을 역사의 주체로 호명한 것도 『청맥』의 뚜렷한 특징 중 하나이다. 이들은 당대의 여타 잡지와 다른 특징이었다. 미국(문화)이 부정되는 글에서는 젠더의식이 확연히 드러났다. ‘남성’이 미국=한국=아비로 설정되면서, ‘미군 기지라는 맥락을 은폐하고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정신 없는 아비’로 부정되었다. 이는 세대론의 관점이 투영된 것으로서, 남성성을 부정성의 영역으로 배치한 점은 당시로서는 매우 새로운 관점이었다. ‘아비부정’을 통해 강조되는 것은 제국주의의 ‘침략’적 성격 및 가부장적, 남성중심적 정치세력과 그들의 젠더의식이었다. 이것이 『청맥』이 파악한 ‘냉전의 젠더’의 한국적 특수성 중 하나이다. 『청맥』의 아비부정은 미·소라는 아비를 부정하고 새로운 보편을 상정하려 한 반둥정신과 호몰로지였다. 경제기획에서는역사, 학문, 대중, 시민 등의 개념 속에 ‘여성’이 아예 ‘소거’되어 남성젠더화의 경향이 목도되었으며, 문화식민론의 핵심인 ‘엽전의식’과 ‘소비’는 여성젠더와 결합되어 있었다. 이것이 『청맥』에서 내셔널리즘과 엽전의식 및 내셔널리즘과 소비가 결합하는 방식이었다. 『청맥』에서 개발의제와 젠더의제는 여전히 통합되지 못한 상태였다. 발전· 탈냉전의 주체는 ‘남성젠더’였지만, ‘이중부정’을 통해 ‘발전의 주체–남성성’이 희석되면서 가까스로 확립된 것에 불과했다. 허약한 남성성은 ‘아버지’ 대신 ‘젊은 아들’을 주체로 설정한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타의 진보적 방법론이 허용되지 않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서 ‘좌절될 방법론’임을 ‘스스로 예증’ 하는 것이기도 했다. 경제개발계획 등으로 장밋빛 청사진이 제시되던 개발독재하에서 ‘발전의 주체’가 ‘허약한 남성성’으로 설정된 것 자체가 ‘냉전–한국’의 역설이자 ‘냉전의 젠더’의 한국적 특수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청맥』(64.8-67.6)
『사상계』(52.9-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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