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962년 한국일보 현상모집에 당선된 장편소설 『회전목마』를 대상으로 60년대 여성 정신병이 문학작품에서 재현되는 방식을 당대 의학지식과의 관계속에서 살펴보고자 하였다. 정신의학지식의 체계화와 대중화로 정신병에 대한담론이 확장되었던 60년대 작품에 역동정신의학으로서의 정신분석과 일제 식민지기 우생학, 그리고 가부장이데올로기가 여성을 어떻게 중첩적으로 규율하고 단속하는지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작품에서 여성은 공동체를 위협하는 대상으로 과잉 성애화 되고 정신병을 가진 여성들은 초자아에 의해 관리되지 못한 미성숙한 아노미로 재현된다. 또한 정신병을 세대를 통해 유전되는 죄로 규정함으로써 우생학적 처벌의 필연성을 강조한다. 여성이 60년대 기초 공동체인 가족을 위협하는 공포의 대상으로 재현된 것으로 일제 시기 우생학과 최신 서구 의학지식인 정신분석이 이중으로 개입하여 여성을 억압한다. 나아가 여성 정신병의 원인과 구제 방식에서도 정신분석이 가부장이데올로기와 결합하여 여성을 공격한다. 정신병의 원인을 금기를 어긴 사촌과의 사랑 때문인 것으로 제시하고 문제의 초점을 병리적 질병이 아닌 부계 윤리의 파계에 맞춤으로써 전통과 집단의 질서를 이탈한 죄를 정신병의 응징이라는 방식으로 여성에게 전가한다. 낭만적 사랑에 의해 아버지를 배반하고 개인적 사랑과 결혼을 실행한 아들의 죄의식이 작동한 것으로 죄의 원인을 여성에게 전가함으로써 여성의 정체성은 과잉 에로스화 된다. 정신분석학이 가부장이데올로기와 결합되어 유혹하는 에로스로 여성을 성애화하는 것으로 이러한 성차별은 구제 방식에서도 확인된다. 여성이 자살, 살해, 병사로 죽거나 수녀원에 스스로를 가두는 자아 부정을 통해 생명을 보존하는 것과달리 남성은 죄의식을 적절하게 억압하고 승화시킴으로써 문화와 예술을 창조하는 고뇌하는 지성으로 나타난다. 남성은 리비도를 관리하는 성숙한 문화적 창조자로, 여성은 가족 공동체를 위협하는 에로스 과잉의 미성숙한 아노미적 존재로 재현된다. 미성숙하고 성애로 채워진 여성의 내면은 언제든 공동체를 위협하는감시와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정신의학은 가부장이데올로기, 우생학 등과 중첩적으로 결합하여 젠더화된 과학/지식으로 체계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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