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로봇이나 인조인간은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줄 것이라고 기대되었다. 노동은 시민의 의무임과 동시에 시민권을 획득하는 주요 통로였으며, 일할 수 있는 몸을 가진 노동자는 시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로, ‘일할 수 없는 몸’으로 명명된 장애인–퀴어–여성은 시민권을 획득할 수 없는 자로 나뉘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비장애중심주의를 개선시킬 것이라는 기대는, 트랜스휴머니즘 논의에서 보듯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장애에 대한 판정은 실제로 일할 수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사회적인 것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김보영의 소설은 이러한 비장애중심주의를 전유하여 능력주의를 규범으로 삼은 사회를 재현한다. 그는 장애–비장애, 여성–남성, 퀴어–이성애자 등의 이분법적 질서를 해체하고, 한국 사회가 상정한 진보의 선형적 시간관을 비틀어낸다. 로봇은 인간을 만들어내고, AI는 이러한 역진화의 상상력은 ‘일할 수 없는 몸’으로 배제된 존재들을 규정하는 통치성을 패러디한다. 근대성을 넘어선 곳에 포스트휴먼의 상상력이 있다면, 김보영이 재현하는 포스트휴먼은 인간성을 탈신화화하는 움직임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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