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이 글의 목적은 두 가지이다. 첫째, 2010년대 후반 노동–자본의 조건이 서사와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 검토한다. 이를 위해 이 글은, 오늘날 노동–자본 관계가 텍스트 안에서 어떻게 의식·무의식적으로 교섭하고 있는지 살핀다. 이것은 반드시 오늘날 노동의 조건과 시대의 성격에 대한 검토를 요구한다. 이 글이 특히 주목한 것은, 오늘날 시스템에 인간이 부드럽게 공모되어 가면서 노동–자본의 관계가 단순한 적대로 환원될 수 없는 복잡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능동적, 주체적 인간관 역시 흔들리고 있다. 이것은 창작방법의 차원에서 일·노동 소설 주인공의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측면과도 관련된다. 소설의 캐릭터는 대체로 그가 속한 시스템 및 그가 하는 일에 의해 결정된다. 두 번째로 이 글은, 노동을 문제설정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 다루는 일·노동 소설들은, 일을 둘러싼 ‘모멸’과 ‘존엄’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존엄’ 쪽으로 도약하기를 갈망한다. 이런 점에서는 과거의 일·노동 서사와 크게 다를 바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노동의 관점은 근대적 ‘인간=비오스(bios)=존엄=능동=주체=개체=자립= 심신건강’ 등의 가치에 기대고 있다. 이것은 자연스레 ‘동물=조에(zoe)=모멸= 수동=객체=의존=장애=질병=나이듦’을 구성적 외부로 갖는다. 그리고 노동의 규범성은 이런 구성적 외부를 지양하면서 추구되어왔다. 그렇기에 노동할 수있는 권리는 곧 시민권과 동일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 임금노동으로 환원될 수 없는 수많은 활동과 정동을 놓치기 쉽다. 또한 권리의 분배 문제를 틀지우는 자본주의 시스템 바깥에 대한 상상도 봉쇄되기 쉽다. 즉, 노동은 현실 속 시민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다른 관계와 세계에대한 상상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근대의 노동중심성을 질문하는 것은 이 글의 조심스러운 결론이자 다른 글의 시작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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