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4.19 이후 리저널리즘의 재편 요청과 관련하여, 『청맥』의 ‘제3방안’은 아시아 리저널리즘의 제5계보를 제시한다. 제5계보란 반둥정신을 체화한 것으로서, 반제반식민과 ‘자유로서의 발전’론이 결합한 형태였다. 당대 잡지 중 이에 속한 경우는 『청맥』이 유일하다. 이 계보에서는 ‘빵과 자유’를 동시에 요청하면서 발전의목적으로 ‘자유·민주의 신장’을 역설하였으며, 미국에 대해 객관적 시선으로 천착하고자 했다. 이러한 입장은 문학비평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청맥』에서는 이식문학론·전통부정론을 강렬하게 부정했다. 남의 눈(義眼)으로 세계를 인식하는 문학을의안문학, 매판문학이라 맹렬히 비판하였고, 서구화=근대화의 관점을 공격하면서 ‘또 다른 보편’을 준비하고 있었다. 전통부정론과 이식문학론은 추녀 콤플렉스로 명명되었다. ‘주체성 없음’을‘성적으로 은유’하는 것으로서, 남성/여성=선/악=미/추의 이분법 하에 배치되었다. 『청맥』은 서구(일본)문학을 타자화하여 한국문학의 정체성 및 주체적 민족문학을 수립하고자 했으며, 그 수단으로 ‘여성(성)’이 ‘부정적’으로 동원되었다. ‘추함’이 예로부터 성의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는 점에서 추녀 콤플렉스는 ‘이중적’으로 문제적이다. ‘슬픈 메타포’로서, 추녀 콤플렉스는 주체성을 강조했던 반둥정신과 호몰로지였다. 조동일은 민족적 리얼리즘론 및 새로운 ‘문학사 방법론’을 주창하였다. 여기서 여성은 이중삼중의 당대 모순의 최대 피해자인 동시에, ‘문학의 주체’ ‘해방의주체’로 자리매김되어 있었다. ‘여성문학’의 범주를 설정함으로써 여성은 더이상‘한국학의 타자’가 아니었다. ‘여성문학비평적 민족문학론’의 계보를 창출해 보여 주는 등 혁명적인 사유의 대전환을 노정하였다. 『청맥』의 참여론은 참여에 대한 ‘이론적 고찰’뿐 아니라 ‘방법론’까지 제시하고 있었으며, 그 자체가 민족문학론 및 리얼리즘론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백낙청의 참여론은 다른 논자들과 ‘매우 다르게’ 민족문학론적, 리얼리즘론적 성격을거의 띠고 있지 않았다. 백낙청은 비젠더적이었지만, 나머지 논자들은 남성중심적이었다. 여기서 여성은 참여·실천 및 행동의 주체도, 인식주체도 아니었다. 역사의 주체는 남성일 뿐 여성은 이에서 ‘소거’되어 있었다. 『청맥』의 특징 중 또 다른 하나는, 조동일의 업적 외에도, 여성문학 비평가를발굴·소개하고 여성노동문학의 가능성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여성문제의 특수성을 피력하는 등 여성문학비평의 가능성을 확인시키고 있었으며, ‘여성 노동 수기’라는 장르를 설정하여 여성노동자를 기록의 주체, 역사의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이상 『청맥』의 비평으로 1960년대 문학(비평)의 독자성이 확보되었다. 『청맥』은 이미 1960년대 중반에 리얼리즘을 핵심 창작방법론으로 제시하고 있었으며, 민족문학론과 더불어 리얼리즘을 논의의 ‘중심’으로 재점화해 내고 있었다. 따라서 『청맥』의 민족문학론을 『창작과 비평』의 전사(前史)로 평가한다거나, 리얼리즘 및 민족문학론의 계보를 카프에서 해방 직후를 거쳐 『창작과 비평』으로설정하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부적절한 평가이다. 그간 부당하게 ‘전유’ 되어 온 『창작과 비평』에 대한 비평사적 오류는 수정되어야 한다. 『청맥』은 1960년대의 가장 진보적인 잡지였지만, 젠더 인식이 통일되어 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여러 논자들의 ‘주체’ 개념에 여성(성)을 배치하고 있지 않아, 진정한 ‘주체’, ‘해방’과는 ‘아직’(not-yet) 거리가 있었다. 『청맥』의 필자들은 타 잡지에서도 활동하였으나, 가장 문제제기적이고 날카로운 핵심적 내용의 글은 『청맥』에 게재하였다. 『청맥』의 비평은 ‘잃어버린 진보의 꿈’이 아니라 ‘새롭게 건축되는 진보의 현실’ 그 자체였다.
『청맥』(1964.8-1967.6)
『사상계』(1952.9-19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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