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이 글의 목적은 최근 방영된 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과 「사이코지만 괜찮아」에 형상화된 돌봄의 양상을 검토하여, 가족과 젠더를 넘어선 돌봄 관계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찾아보는 것이다. 돌봄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역설적인 형태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공공의 돌봄 제공이 정지되고 가족에게모든 부담이 전가되며 돌봄 격차가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사회는 이 모든 돌봄위기를 오롯이 여성들의 자기착취적 초과노동으로 감당하며 미봉해 왔다. 이 글은 이제야 겨우 ‘필수노동’으로 불리기 시작한 돌봄을 제대로 자리매김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구성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정상가족’과 돌봄 책임의 젠더화된 분배를 당연시하고 돌봄자와 돌봄노동을 비가시화해 온 기존 상상력을 넘어서보고자 하는 시도다. 「동백꽃」과 「사괜」은 각각 어린 아이와 성인 장애인이 있는 빈곤 계층의 2인 가족 돌봄자를 주인공으로 삼아 정상가족의 틀 밖에 놓인 가난한 이들이겪는 돌봄의 위기와 돌봄자의 어려움을 드러내고, 이들이 돌봄 관계와 돌봄 공동체의 형성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로맨스 서사에 담아 보여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적 돌봄 체계가 잘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돌봄자인 두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가족’의 이름으로 자신에게 부과된 돌봄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고투하며 고립으로 내몰리고, 이로 인한 소진으로 온전한 돌봄을 제공하기 어렵게 되어 돌봄대상자와의 관계마저 악화시킨다. 극 초반에 주인공들이 겪는 이러한 난관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정상가족’이아닌 형태로 삶을 꾸려온 사람들이 겪고 있는 혹독한 돌봄 격차의 경험들과 맞물리는데, 두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돌봄을 인정하고 지지해 주는 특정한 개인들과, 그 개인들의 초대로 진입한 돌봄 공동체 안에서의 돌봄 관계를 경험하면서 점차 이 난관을 벗어나고 새로운 삶을 위한 희망을 찾게 된다. 이 글은 두 드라마를 오늘날의 돌봄 담론이 요청하는 탈가족화·탈젠더화·탈시장화된 돌봄의 형태를 상상하고 사유할 수 있게 하는 텍스트로 읽으면서, 다른 한편 여전히 남아있는 한계들을 검토함으로써 현실 속에서 가족과 젠더를 넘어선 돌봄의 상상력이 처한 자리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동백꽃 필 무렵」(총20부작), 임상춘 극본, 차영훈 연출, KBS2TV, 2019.09.18.~201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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