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본고에서는 『어면순』 속 성 소화들에 나타난 ‘엿보기’와 ‘엿듣기’를 살펴보았다. 엿보기/엿듣기가 정태적 ‘시선’이면서 동태적인 ‘행위’일 때, 이 행위에 담지된무의식적 욕망, 성에 대한 인식 등을 고민하였다. 엿보기와 엿듣기의 대상이 되는것은 대부분 남녀의 성교 혹은 여성의 성기이다. 엿보거나 엿듣는 행위 자체는 일상에서 금기로 취급되지만, 해당 소화들에서는 이 행위가 처벌받지 않고 주요 이야깃거리를 표면으로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엿보기와 엿듣기 행위의 주체, 즉 성교를 엿보고 엿듣는 전달자는 해학을 조성하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엿보거나 엿듣는 행위는 그 자체로 주체와 대상의 구분을 전제로 하면서, 주체와 대상의 ‘합의’가 있다면 일어나기 어려운 사건이다. 따라서 이러한 행위에 대한 서술은, 엿보거나 엿듣는 주체가 ‘엿보거나 엿들어도 되는’ 위치에 있음을 의미한다. 엿보기와 엿듣기 주체의 성욕을 긍정하면서 끝나는 서사의 흐름은 관음증의 메커니즘과 효과를 보여준다. 아울러 ‘성교를 거부하지 않고, 남성이 원하는 대로 보고 싶은 대로 신체를 보여주고 성교를 보여주는’ 여성의 모습을 통해 엿보기와 엿듣기의 대상인 여성의 육체, 욕망은 물신화되며 여성 육체는섹슈얼리티의 대상으로서 한층 파편화된다. 엿보기와 엿듣기를 통해 여성의 신체, 성욕이 실제와 다르게 ‘물신화’될 때, 이 물신화의 이면에는 여성이 아니라 남성의 성욕과 쾌락이 존재한다. 물신화 과정에서 남성의 성적 욕망과 쾌락은 부인되고 가려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이미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여성의 성이 물신화되는 이면에는, ‘엿보거나 엿듣지 못하는 상황은 ‘결핍’이 된다는 점에서 엿보거나 엿듣지 ‘못’하는 존재에 대한 배제와 차별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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