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본 연구에서는 ‘독처의 제문’을 대상으로 여성 저자가 쓴 한글 장편 제문의 문학적 성격을 살펴보았다. 이 제문은 남편이 병을 앓다가 사망한 뒤 소기를 맞을 때까지의 일을 담고 있다. 화자는 40세를 앞둔 나이로 자식들을 일찍 여의어서 벼슬을 살던 남편이 여러 해 앓다가 세상을 떠났을 때 상주를 세울 수 없었다. 이런 배경에서 화자는 외로운 남편의 혼백을 위로하기 위해 제문을 쓴다고 작성 이유를 밝혔으나, 위로의 대상인 사자(死者) 외에도 자신의 시름과 처지에 대한 진술을 들어줄 다른 청자를 의식하고 있다. 화자는 남편이 병을 앓을 때 무심해 보이던 자신의 태도에 대해 해명한다. 또 자신이 남편의 회복을 위해 정성을 다하고 속앓이를 했던 것을 몰라주고 의심하며 임종할 기회를 주지 않은 친지들을 원망한다. 그리고 남편의 3년 상을 치를 때까지만 살기로 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은 고독한 삶에 대한 울분을 쏟아낸다. 이처럼 독처의 제문은 남편과의 일상, 정서적 경험에 대한 기억보다 자신의억울함, 섭섭함, 고독함에 의한 서글픔을 많은 비중으로 서술하고 구체적인 수사로 표현해낸다. 제문은 여성의 글쓰기로 용인되고 자신의 삶과 깊숙이 연결된 친지의 죽음을 계기로 작성된 까닭에, 제문 저술의 표면적 목적을 압도하는, 저자의 자기표현이 가능했다. 따라서 독처와 같은 여성들의 제문 쓰기는 여성들이 자기입장에서 목소리를 내고 자기 삶을 표현하는 글쓰기로 전용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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