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본고는 문학이란 심미적 자율성과 독자들의 정서구조를 반영하는 차원의 상품성이 적절하게 접합이 되었을 때 진정한 문학성이 구축될 수 있다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나아가 본고는 이른바 ‘감상주의적 연애소설’의 상품화 전략을 통하여 심미적 자율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상품성만을 추구하는 작품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이른바 ‘감상주의적 연애소설’은 20, 30대 직장 여성들이 출퇴근하는 전철 안에서 가볍게 읽을 거리를 제공한다는 마켓팅 전략에 따라 여성 독자들의 감상적 취향에 맞도록 만들어진 상업주의적 문학상품에 해당한다. 순정파 남성의 헌신적인 사랑, 시한부의 한시적 삶을 통한 영원한 사랑, 유토피아적 자연에서의 아름다운 사랑 등에 대한 예찬을 통하여 도시의 일상에서 피로한 여성들의 심신을 위로하고자 한다. 물론 여성에게 불합리한 가부장적 현실에 대한 비판적 태도, 인간 정신의 물화현상이나 인간 소외 또는 물질문명이 초래한 생태학적 위기에 대한 통찰 등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오직 사랑하는 사람과의 아름다운 사랑을 나눌 시간이 너무나 짧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해 유토피아적 자연으로 회귀하여 마지막 남은 사랑을 불태우는 데 몰입할 뿐이다. 지극히 단순한 서사에 소녀적 감수성을 자극할만한 정도만큼의 감성적 언어를 곁들인 이런 작품들은 문학적 키취에 해당한다. 이른바 ‘감상주의 연애소설’은 피곤하고 무서운 현실 세계가 두려워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로 살아가고 싶어하는 요즈음의 여성 독자들을 위한 여성용 동화에 다름 아니다. 대중문학에 대한 논의는 반드시 문학의 상업성에 대한 논란과 맞닿게 된다. 대중문학을 평형 저울에 달아보면 심미적 자율성보다는 상품성 쪽으로 기우는 것이 사실이지만, 문학의 속성상 심미적 자율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전적으로 상품성만을 추구할 수는 없다. 오늘날 대중문학이 매우 혼탁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중문학의 범주에 대한 규정이 애매하고, 성인용 동화나 키취, 문학으로 보기 어려운 메모 수준의 잡스러운 글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벼운 이야기 거리에 불과한 것을 문학이란 이름으로 포장한다고 해서 모두 대중문학의 범주에 넣을 수는 없다. 상업주의적 문화의 물결에 가세하여 혼탁성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므로, 올바른 대중문학을 정립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