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이 글은 김말봉의 장편 『별들의 고향』의 반전소설적 성격을 구명해 본 것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전쟁 초기에 전작으로 쓰인 이 소설은 그동안 낙장과훼손 등으로 완전하지 못한 텍스트라 알려졌는데 이번에 완본을 구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별들의 고향』 완본 발굴은 훼손된 텍스트에서 불가능한 ‘자세히 읽기’가 가능하여 김말봉이 보여준 치밀한 기법, 반전소설적 구조를 규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바르뷔스의 반전소설 방식에 유사성을 보인 김말봉은 전쟁 유발자로 남로당의 책임을 묻기 위해 전쟁 발발 전 2년 반의 시간 동안, 대중의 삶과 현실 속에서 전쟁 유발자의 논리와 행위의 ‘심각한 모순’을 짚어냈다. 작가는 한국전쟁 유발의 책임을 남로당과 함께 북한, 그리고 소련 등 전체주의에도 물으면서 역사적 자료를 나열하는 대신 대중의 삶에서 실제를 드러내는 것을 그 방법으로 했다. 60여 명이 넘는 인물의 대거 등장은 작가가 ‘대중’과 ‘대중의 삶’을 그리고자 동원한 독특한 설정이다. 그동안 『별들의 고향』 연구에서는 ‘대중’에 대하여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전쟁 유발의 지배권력에 대한 비판과 함께 기생 초선, 사창 연심, 쥐도 새도 모르게 겉으로는 아무 의식 없이 사는 무식 대중의한 사람 난주, 양공주 득순, 장미 등을 통해 공창 폐지 법안 실시의 당위성과 이마저 방해하며 협잡을 일삼는 남로당의 암흑면을 보여준다. 두 차례의 탈피를 거쳐아나키스트적 광명의 길을 찾은 창열과, 달러 장사 피득칠의 숨기었던 영적 힘의발로 그리고 내부에 숨기었던 영의 해방으로 땅 위의 별이 되는 득순까지 다양한대중의 삶을 통해 “하나도 볼 데 없는 인물로 하여금 사람들이 침을 뱉는 시궁창에서 뛰쳐나와 참된 빛을 내게 하는 것 이것이 민중문예”라고 했듯이 ‘반전 소설’ 이란 결국 대중이 ‘눈을 뜨고’ ‘별’이 되는 소설이다. 대중이 ‘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