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본고는 염상섭의 「만세전」을 근대적 주체의 내면여행에 초점을 맞춘 논의이다. 루카치의 말대로, 이 소설은 성숙한 남성의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 성찰은 '공동묘지 로 상징되는식민지 근대 조선과 나를 둘러싼 세계가 로 붕괴해버리려는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역사철학적 상황에서 비롯된다. 아내의 위독전보를 받은 '나'는 동경신호-하관-배안-부산-김천-경성 동경으로 이어지는 귀국여행을 한다. 우리는 이 여정에서 파노라마식으로 전개된 삽화들을 통어하는 고뇌하는 주인공의 의식에 주목해야한다. 덧붙여 말하면, 이 소설은 문제적 개인이 갖는 '자기인식(self-recognition)' 으로서의 내면여행이다. 또한 크로노토프(chronotope)의 형식이 갖는 삶의실체를 살아있는 의미로써 체험하는 인생행로라고 볼 수 있다. 후발 자본국인 일본에 의해 세계자본주의로 편입된 근대조선은 자기 갱신의 자발적인 변화로 나아가기보다는 '타율적인 근대' 전환에 따른 '차별화된 역사적 시간'을 체험하게 된다. 전근대적 질서와 근대적 질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식민지 근대화되어 가는 과정에 대응하는 작중화자 '이인화' 는 세계현실에 대한 비판과 자기 비판을 폭넓게 전개하면서 근대적 주체의 변화를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주된 논의의 관점은 근대성의 숨겨진 영역으로서의 '낭만적연애 문제와 식민지 근대화라는 객관적 현실로부터 진정한 가치를 찾아가는 주체의 역동적인변화를 중점적으로 살핀 논의였다. 이런 주체의 인식 변화는 '동경-경성'의 여행 플롯과 적절하게 맞물려서 형상화된 수많은타자들과의 총체적인 관계를 통해 드러난다. 이 모든 타자들은 자신의 주변에 둘러싼 현실과그 자신을 검증할 수 있는 투사된 대상이자 그 자신의 요구와 목소리를 지닌 주체로서의 타자들이다. 즉 나에 대응되는 주변 인물들(가족들, 정자, 을라, 선실에서의 사람들 순사들, 기차안사람들)과 집단적 정체성으로서의 조선에 대응하는 제국주의 일본을 훔쳐보기를 통한 시각 쾌락이나 감시의 눈초리를 의식한 홀끗 보는 시선을 통해 근대적 주체의 주체성은 확립된다. 그러므로 주체로서의 <나>는 모든 판단과 행동의 준거를 타자와의 관계들의 총체에서 그 자신의 의미를 재정립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염상섭의 「만세전」은 근대소설의 진정한 출발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아내의 위독과 죽음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이 식민지 근대 현실과 어떻게 이어지는가라는문제를 탁월하게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만세전」은 근대적 주체인 이인화의 관찰 및 반성, 각성을 통해 참다운 개인성의 이념을 보여주는 동시에 식민지 근대의 착잡하고 복합적인 성격과그 이면에 제국주의 일본의 정치 경제의 파행적인 식민지 근대성의 실체를 '여행 갈 의 형식으로 빼어나게 형상화하고 있다.